이상국기자
권선징악이란 말은 '춘추좌씨전'이 나온 이후에 하나의 유행어가 되었다. 춘추의 편집자 공자는 선을 권하고 악을 징벌하라는 정언명령을 내린 위대한 아이콘이 되었다. 공자가 인간을 넘어 성인(聖人)으로 추앙받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바로 춘추좌씨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자의 도덕률에 감격하고 있을 때 "그건 헛소리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게 노자이다. 그토록 단호하게 선(善)을 권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노자는 치밀하게 주장의 허점을 파고든다. 그는 권선징악론이 지닌 기계적인 잣대를 슬쩍 허물어뜨린다."모두가 선(善)을 선이라고 알고 있지만 여기엔 불선(不善)이 이미 있습니다."선하지 않음이 세상에 넘치기에 선을 권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선을 권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는 것은, 이미 세상이 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은, 그 사람이 선한 얘기를 한다고 좋아라 하지만 사실은 선하지 않은 세상을 그가 이미 알고 있기에 그것을 가치로 세일즈를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선함과 선하지 않음은 상대적인 개념이며, 세상이 구분해놓은 가치일 뿐이다. 선한 것을 권한다고 반드시 선해지지 않으며, 악한 것을 징벌한다고 해서 악함이 제대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조물주는 그 상대적인 양상을 모두 인간과 세상에 주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간이 예찬하고 대단하게 여기는 것들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 그늘과 이면까지를 생각해야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이다. 가치로 세상을 한 줄로 세우려는 기획은 세상을 편안하게 하지 않는다. 어떤 가치를 너무 강조하다 보면 폭력이 되기 쉬우며 다양한 삶의 양식과 개별적인 주체의 선택을 허용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제어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렇게 말한 뒤 노자는 우주를 이루는 상보적인 존재 양상들을 죽 나열한다."유(有ㆍ만물이 존재함)와 무(無ㆍ아무 것도 없음)는 서로로 생겨나게 하는 것이며, 어려움과 쉬움은 서로를 이루는 것이며, 길고 짧음은 서로 비교되는 것이며, 높고 낮음은 서로에게 기울어지는 것이며, 악기의 소리와 인간의 목소리는 서로 화음을 만드는 것이며, 앞과 뒤는 서로 따르는 것입니다."유무, 난이, 장단, 고저, 음성, 전후의 상대성을 보여주면서, 선과 악이 하나의 모체에서 나온 양립하는 가치임을 설득하려 한다. 악을 때려잡고 선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총대를 메는 것이 세상을 경영하는 훌륭한 방식이 아니라, 선과 악이 병존하는 특성을 잘 파악해, 그것이 자연스러움을 넘어서지 않도록 세심하게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을 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서로 다른 가치를 존중하라'는 캐치프레이즈이다. 빈섬 이상국(편집부장ㆍ시인) isomi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