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실적시즌에 대한 불안감과 환율변동 속에 코스피가 2000선을 돌파하는 등 추세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 불안감은 남아있다. 개별 종목들의 변동성도 커지면서 전략을 세우기 어려운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작은 변동에 일일이 반응하다가는 오히려 시장의 큰 흐름을 놓칠 위험도 있다. 삼국지(三國志)에 등장하는 팔문금쇄진(八門金鎖陣)의 교훈은 모든 변동에 일일이 대응하는 전략의 위험성을 설명해준다. 서기 207년, 당대 최대 군웅인 원소를 물리친 조조는 당시 형주(荊州) 신야(新野)성에 주둔 중인 유비를 요격하기 위해 자신의 부하장수인 조인(曹仁)에게 정예병 1만명을 주고 신야성을 공격하게 한다. 조인은 신야성 앞에서 팔문금쇄진을 펼치고 유비군을 압박해들어가니 유비는 크게 놀라 군사((軍師)인 서서(徐庶)에게 계책을 구한다. 서서는 유비에게 "저 진은 팔문금쇄진으로 팔문(八門)이란 휴(休), 생(生), 상(傷), 두(杜), 경(景), 사(死), 경(驚), 개(開) 여덟 문을 뜻하는데 적이 어느방향에서 공격하든 여덟문의 진형이 움직여 대항할 수 있기 때문에 일명 무적진형으로 불린다"고 말했다. 유비가 놀라 진형을 깨트릴 계책을 묻자 서서는 유비의 부하장수인 조운(趙雲)에게 가장 빠른 기병 500명만 이끌고 진격해 여덟문 전체 진형을 공격하지 않고 주변만 돌아나오도록 지시한다. 조운이 명대로 하자 팔문금쇄진은 순식간에 무너져내렸고, 이후 유비가 본군을 이끌고 가 조인의 군사를 전멸시킨다. 팔문금쇄진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진 것은 모든 적의 변동에 일일이 다 대응해도록 훈련받았기 때문이었다. 조운의 기병대가 각 문을 공격하는 척했다가 그대로 다른 문으로 이동하면서 모든 병사가 적군의 움직임에만 정신이 팔려 우왕좌왕하다가 정작 진형이 붕괴된 것은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적의 순간순간 이동보다 그대로 군세를 믿고 밀어붙었으면 오히려 크게 이길 수 있었던 전투였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매일매일의 단기적 변화에만 신경쓰다가 오히려 큰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다. 시장이 항상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투자심리 자체가 과도하게 영향을 받으면서 수급이 갑작스럽게 악화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상황, 변동이 심해지는 환율, 3분기 전체 기업실적 등이 뒤섞인 난전에서는 추세적 변화가 나타날 때까지 싸움을 피하는 것도 전략이다. 강현기 동부증권 연구원은 "추세적 변화가 확실히 나타나 조건이 무르익은 순간까지 잔 변동은 감내하는 전략이 오히려 수익을 낼 수 있다"며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는 장세에서 잦은 단기매매 전략을 펴다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은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의 정책모멘텀과 방향성을 파악하고 움직이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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