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세계 자동차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는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과 복잡한 지배구조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폭스바겐, 아우디, 벤틀리, 부가티, 포르쉐 등 12개 브랜드를 보유한 폭스바겐은 지배구조도 상당히 복잡하다. 인수합병(M&A)을 통해서 덩치를 키워 세계1위 자동차 회사 등극에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잉태된 복잡한 지배구조는 잦은 경영권 다툼의 원인이 됐다. 경영권 다툼의 정점에는 창업주인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손자와 외손자가 있다. 현 폭스바겐그룹의 이사회 의장인 볼프강 포르쉐가 손자, 전 의장인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외손자다.
페르디난트 피에히 전 폭스바겐그룹 회장
볼프강 포르쉐 폭스바겐그룹 감독이사회 의장
폭스바겐그룹 창업주인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슬하에 아들인 페리 포르쉐와 루이제 포르쉐를 뒀다. 볼프강 포르쉐 의장은 페리 포르쉐의 장남이고, 페르디난트 피에히 전 의장은 안톤 피에히-루이제 포르쉐 부부의 넷째 아들이다. 폭스바겐그룹의 대주주는 지분 50.7%를 보유한 포르쉐홀딩스이며, 포르쉐홀딩스는 포르쉐와 피에히가문이 100%를 보유하고 있다. 손자와 외손자간 경영권 다툼은 2008년 포르쉐가 폭스바겐 주식을 매집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포르쉐는 창업주의 친손자인 볼프강 포르쉐가 회장이었고, 폭스바겐그룹은 외손자인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회장과 감독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었다. 볼프강 포르쉐 회장은 아우디, 부가티, 람보르기니 등 9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었던 폭스바겐그룹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했다. 포르쉐는 폭스바겐 지분을 절반 넘게 매입하며 인수를 눈 앞에 뒀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기면서 거꾸로 포르쉐가 폭스바겐그룹에 인수됐다. 이들은 지난 4월 마르틴 빈터코른 최고경영자(CEO) 재신임 여부를 놓고 다시 격돌했다.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볼프강 포르쉐 회장과 가까운 빈터코른 CEO를 경질하려고 했다. 볼프강 포르쉐 회장은 폭스바겐그룹의 지분 20%를 보유한 니더작센주(州) 등 주요 주주들을 끌어들여 빈터콘을 지지하면서 피에히를 고립시켰다. 볼프강 포르쉐 회장과의 파워게임에서 패한 피에히는 2017년 4월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회사의 모든 보직에서 물러났다. 아내인 우르술라 피에히도 이사직을 잃었다.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피에히 전 의장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빈터코른 CEO가 사퇴하자 피에히 전 의장의 지원을 등에 업은 마티아스 뮐러(62) 포르쉐 스포츠카 사업부문 대표가 폭스바겐그룹 신임 CEO로 선임됐다. 피에히 전 의장은 1977년 뮐러를 아우디 견습생으로 채용했으며 2009년 포르쉐 CEO에 임명했다. 찰스 마이클 엘슨 델라웨어대학 기업지배구조 센터장은 이번 배출가스 사기극의 원인을 분석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폴크스바겐의 지배구조는 스캔들의 번식지"라면서 "사고를 불러오는 구조"라고 말했다.NYT의 칼럼니스트 제임스 스튜어트도 폭크스바겐에서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이 일어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북한에 비유될 만큼 비합리적인 지배구조를 지적하면서 "폭스바겐의 문제는 감독이사회 회의실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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