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의 실험, 너무 셌나

한화투자證, 임시주총서 여승주 사내이사 내정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한화투자증권이 오는 11월5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여승주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전략팀장(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여의도 증권가에 주진형 현 대표의 경질설이 나돈 지 2주 만이다. 22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여 부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내정하되 내년 3월까지 주 대표 임기는 보장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대표의 임기가 불과 6개월 남은 상황에서 한화투자증권이 임시주총을 열면서까지 새 대표를 내정한 것은 그간 주 대표가 보인 행보와 무관치 않다. 주 대표는 2013년 한화투자증권 사령탑에 오른 이후 매매 수수료 기반 성과급 폐지, '열린 주주총회' 개최, 임원진 자사주 의무 보유, 출산휴가 확대, 직원연금 조성, 파워포인트 보고서 금지, 사내 편집국장제 도입, 삼성물산 매도 보고서 등 '실험'을 단행했다. '보수적인 증권가 문화에 혁신과 파격을 몰고 왔다' '자기 말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 어떻게 이런 사람이 프론티어로, 개혁가이자 잔다르크로 포장될 수가 있나' 등 평가는 엇갈렸다. 안팎으로 말이 많다 보니 그룹도 주력계열사가 아니지만 한화투자증권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주 대표가 밀어붙인 제도 도입과 별개로 거침없는 언행이 그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경질 통보에도 "고용계약서상 나는 임기가 남았다. 나갈 수 없다"고 주 대표가 맞서자 그룹에서 여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해 식물사장으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그룹이 나서서 최고경영자(CEO)에게 사퇴 압력을 넣는 모습에 지주사를 둔 증권사 CEO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외부에서는 그룹에 밉보인 주 대표의 레임덕을 근심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다르다. 한화투자증권 고위 관계자는 "해임 통보를 최초로 받았을 때 주 대표는 정정당당하게 절차를 밟아서 정리하기 전까지는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면서 "여 사내이사 선임 공시가 나간 어제(21일) 신입사원 채용 발표를 하고 내달 시작되는 서비스선택제도 그대로 시행하는 것을 보면 본인이 추진 중인 사업은 임기까지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시가 나간 이후 주 대표가 본인의 페이스북에 "10월 초 드디어 고객 계좌를 상담계좌와 비상담계좌로 나눈다. 수수료 체계도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이제 연봉제를 2년에 걸쳐 도입하기만 하면 된다"고 쓴 것도 본인이 구상한 제도를 계획대로 시행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본인 임기 중 추진한 제도에 관련됐거나 신설된 조직에 속한 임직원들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표가 바뀌고 나면 주식투자등급, 영업직 평가방식, 서비스선택제 등 주 대표가 리테일 쪽에서 추진한 핵심제도를 함께 주도한 사람들이 함께 변화를 맞이하지 않겠냐"고 귀띔했다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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