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개띠' 은퇴 지도…실버산업이 벌떡 일어선다

-국내 50~80세 15%가 요실금 경험…관련 시장 2020년께 2400억원대-실버산업 초고속성장 전망…60세 이상, 年 214조원 소비해 국내 전체 지출의 25% 차지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고교 평준화 1세대, 만 서른살에 서울 올림픽, 마흔살 직전 외환위기, 쉰살에 미국발 금융위기'.  같은 해 출생 인구만 100만명을 넘어 1955~1963년 태어난 1차 베이비부머 700만여명의 대표격인 '58년생 개띠'의 은퇴 러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우리나라 평균 퇴직연령은 57세. 올해로 만 57세인 58년 개띠의 은퇴는 단순히 1차 베이비부머가 주도하는 시대의 폐막이 아니다. 정치적 영향력 뿐 아니라 산업화의 과실을 경험한 소비, 경제 파워의 주체인 이들은 은퇴 후에도 국내 산업 지형도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1차 베이비부머 첫 세대인 1955년생이 올해 만 60세가 되고 58년 개띠들이 본격적으로 합류하면 이들을 겨냥한 실버산업도 급속도로 덩치를 키울 것이란 관측이다. 2000년 기준 국내 60세 이상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19% 내외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26%를 기록한 60세 이상 가구 비중은 1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60대 진입으로 오는 2020년 36%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고도 성장 시대에 부동산값 상승을 통해 자산을 불려 온 이들은 소비 여력도 큰 편이다. 60세 이상의 소비 금액은 2005년 70조원에서 2010년 106조원, 2015년 145조원으로 불어나 2020년에는 214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5년 15%에서 2020년 25%로 급증할 전망이다. 소비력을 갖춘 시니어 세대 인구 확산에 따라 앞으로 국내 유망 산업도 실버산업의 직간접 수혜를 받는 분야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정병훈 KB자산운용 AR팀장은 "한국보다 앞서 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제약ㆍ바이오, 편의점, 여행ㆍ레저가 '단카이 세대' 수혜 산업으로 성장해왔다"며 "한국은 이제 실버산업이 개화하는 시점이라 앞서 고령화를 맞은 일본을 통해 유망산업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직접적인 수혜 산업은 헬스케어 분야다. 제약ㆍ바이오 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기저귀 등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소비재 산업도 여기에 해당한다. 유한킴벌리에 따르면 국내 50~80세 연령층의 약 15%가 요실금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관절염, 골다공증 경험 비율보다 높다. 요실금 팬티 시장이 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요실금 팬티 시장은 2013년 160억원에서 2020년 24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성인용 기저귀 시장은 이미 1조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로봇 산업도 성장세다. 일본 3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소프트뱅크는 최근 중국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와 협력해 1대당 200만원이 안되는 가격에 인간형 로봇 '페퍼'를 판매중이다. 페퍼는 대화를 나누고 일정 수준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정도지만 지난 6월 출시 후 매달 한정 수량 1000대가 모두 판매되는 등 물량이 동이 난 상태다. 앞으로 이동, 식사, 목욕 등을 지원해 일상생활의 불편을 해소해주는 수준까지 발전하면 로봇 산업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본 개호(介護ㆍ돌봄 서비스) 시장은 지난해 1조6000억엔(약 15조8000억원)에서 2020년 2조8000억엔(약 27조7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 노인들이 많이 찾아 '경로당'으로 불리는 편의점도 유망 시장으로 손꼽힌다. 세븐일레븐, 훼미리마트, 로손 등 일본 편의점은 전화 주문시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청이나 보건소에 가지 않아도 필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편의점 내에 노인 상담 창구를 설치했다. 성인용 기저귀, 반제품 음식 등을 갖춰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대형마트를 찾아가지 않고도 필요한 제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일본 편의점 소비의 대부분은 50대 이상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일본을 닮아가듯 중국도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노령화 비율은 올해 9.5%에서 2025년 13.6%로 급증해 2035년에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며 "국내 시니어 소비자를 대상으로 성공한 기업과 산업은 머지 않아 중국의 노령화를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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