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몬스터]'하락장서 물타기?…손실 안보려는 본능부터 깨라'

투자의 神 리버모어와 생초보 투자자의 맞장대담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단돈 5달러로 1억달러를 만든 사나이. 20세기 초 제대로 된 매매이론이 없던 시기에 '추세매매법'을 선보이며 투자기법의 얼개를 만든 제시 리버모어. 지금의 수많은 거래법칙과 수익모델 대부분이 그로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개 개인투자자인 리버모어는 한때 월가를 좌지우지하면서 세계 정상의 투자은행 JP모건의 무릎을 꿇게 한 전설적인 투자자다. 비록 4번의 파산과 권총자살로 비운의 삶을 마감했지만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투자의 전설로 통한다. 그런 그가 2015년을 사는 한 초보투자자와 가상 대담을 나눈다. 대담 내용은 제시 리버모어의 저서 및 관련 자료를 통해 구성했다.  초보투자자(이하 초보): 월가의 전설인 당신과 대담을 나누게 돼 영광입니다. '주식 매매하는 법'을 읽은 뒤 당신을 알게 됐죠. '오르는 종목에 베팅하라'는 투자원칙은 요즘 대세인 가치투자법과는 맥을 달리하는데요. 제시 리버모어(이하 제시): 저렴하게 산 기업에 자금을 묻어두는 건 가치투자가 아닌 방치투자라고 생각해요. 싸게 사려는 심리로는 큰돈을 벌지 못한다는 게 제 지론이죠. 제가 투자에서 돈을 번 경우는 출발부터 수익을 기록한 거래였습니다. 상승 추세를 탄 종목만 집중 매수하는 거죠. 물론 고점에서 물릴 수 있는 위험한 전략으로도 볼 수 있지만 꾸준한 시장관찰을 통해 통계적 안정성을 높여왔죠. 손실은 최소화하기 위해 초기에 몰빵을 하지 않고 분할 매수하는 방법을 고안해냈어요.  예를 들어 코스닥 종목인 로켓모바일 주식 100주를 산다고 가정해 볼까요. 지난 4월13일 올 들어 첫 상한가를 찍은 날을 보죠. 거래량은 20만8429주로 전날의 10배 수준, 일간 거래량으로는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어요. 이처럼 대량거래가 터지는 시점은 바로 매수타이밍입니다.  이때 총 매매수량의 20%만 사들입니다. 이후 주가는 급상승세를 이어가죠. 주가 상승폭이 203%을 넘어서면서 수익을 확인하고 잠시 조정을 받는 시점에 2회에 걸쳐 20주씩을 사죠. 그리고 6부 능선을 넘었다 생각되는 지점에서 나머지 40주를 사는 거죠. 단 1회 매수 때 기존 예상 추세가 흔들렸다면 10% 내에서 가차 없이 손절매 합니다.  초보: 추세타기에 성공한다면 무궁무진하게 수익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 같네요. 그런데 하락장에서는 어떤가요. 올 초 지인 추천으로 산 A주식이 매수 직후부터 하락세예요. 재료가 확실한 종목이라 추가 매수로 물타기를 해야 할까 고민 중입니다만.  제시: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면 물타기에 나서는데요. 추가매수는 항상 더 높은 가격에서 이뤄져야만 한다는 게 제 투자 철칙이에요. 개인투자자들이 추가 매수로 평균매수단가를 낮춰 수익을 보긴 힘들죠. 수익은 늘리고 손실은 피하려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니까요. 이런 약점을 극복해야 승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초보: '시세가 꺾인 주식은 들고 있어봐야 손실만 키울 뿐이다'라는 말씀이죠. 그 말씀을 들으니 생각나는 종목이 있어요. 한국항공우주라는 주식인데 올 초 3만원대에 매입해 6만원대에 전량 차익실현 했어요. 그런데 최근 10만대까지 치솟았어요. 증권가에서는 20% 이상 더 갈 거라는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시: 한국항공우주 주식을 3만원대에 매입해 10만원대까지 들고 있을 수 있는 배짱 두둑한 투자자는 많지 않을 거예요. 주가가 오르면 당장 이익실현을 하고 싶어 하는 게 인간의 감정이니까요. 추세타기에 성공했다면 남은 건 감정통제예요. 주가가 예상대로 움직이고 있고 시장도 제대로 굴러간다면 이익을 취하기 위해 서둘러서는 안 됩니다. 제가 5달러를 1억달러로 불릴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감정통제의 룰을 지켜서 가능했던 거죠. 이익은 계속 커갈 수 있도록 내버려 둬야 합니다. 어제까지도 당신 수중에 들어오지 않은 3만원의 이익을 잃을지 몰라 노심초사할 필요가 없어요. 제가 활동했던 1900년대 초는 주식시장에 도는 루머(정보)가 제한적이라 시장을 좌지우지하기가 쉬웠죠. 하지만 요즘 증시 상황은 그렇지 못해요. 정보의 홍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보도 많고, 실시간으로 알려지기 때문에 시장을 인위적으로 움직인다는 게 훨씬 어려워졌죠.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최적의 타이밍을 찾기보다는 최적의 종목을 찾는 게 수익률을 더 높이는데 도움이 될거예요.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증권부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