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보험사기 잡는 두 명탐정 '꼼짝마'

떼도둑 잡은 남자, 김현수 현대해상 실장…조직범 훑은 남자, 이석환 삼성화재 책임

'5997억원'. 지난해 국내 보험사기 적발금액이다. 정부와 보험업계 등이 경제ㆍ사회적 손실을 초래하는 보험사기를 척결하기 위해 힘쓴 결과다. 그러나 보험사기 근절 노력에도 '보험도둑'들의 범죄는 계속되고 있다. 보험사기 규모는 연간 3조~4조원대로 추정된다. 보험회사의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 직원들이 바쁜 일과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SIU 직원들은 보험사기 의심건 조사와 자료분석, 수사의뢰ㆍ지원을 위해 밤낮 없이 활동하며 뛰어난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보험금 누수를 초래하고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추가부담을 가중시키는 보험도둑들을 잡는 보험업계의 '셜록홈즈'다. 손해보험업계 선두주자인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에서 활약하고 있는 베테랑 셜록홈즈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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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김현수 현대해상 SIU본부 보험조사부 실장은 경찰업무 13년, 보험사고조사업무 14년의 경력을 가진 전문요원이다. 인천지방경찰청 부평경찰서에서 교통사고조사와 수사관리 업무를 담당해오다 2001년 2월부터 현대해상에서 근무 중이다. 김 실장은 수년전 인천지역 전체 개인택시 사업자 가운데 10% 이상이 불구속 입건된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그는 개인택시 운전자들이 경미한 사고에도 병원에 허위입원한 후 야간이 되면 병원을 몰래 빠져나와 영업을 하고 새벽에 다시 병원에 돌아가 잠을 자는 방식으로 보험금을 편취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운전사들의 교통사고 기록을 토대로 입원기록과 유류 보조금 지급 내역을 대조하면서 보험사기를 의심했고 인천지방경찰청과 연수경찰서 등에 수사의뢰를 요청해 보험금 편취 사실을 적발했다. 보험사와 수사기관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보여준 성과다. 김 실장은 "개인택시 운전자 1100여명이 보험금 총 9억여원을 편취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초유의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때 1100대 1의 전설이라는 별명도 생겼다.<b/>◇의심이 풀릴 때까지 끝장보는 성격= 김 실장은 경찰에서 증거불충분 결정이 난 보험사기 의심건을 끈질기게 재조사해 적발하기도 했다. 서울과 경기도 시흥 지역에서 법규위반차량을 상대로 고의사고를 유발하는 등의 행각을 벌인 보험사기 일당이 구속된 사건이다. 그는 "보험사기 일당을 경찰에 수사의뢰했지만 적발이 쉽지 않았고 정부합동보험범죄전담대책반에 다시 수사를 의뢰해 결국 보험금 4억원을 편취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 일당은 실형을 복역하고 출소한 이후 다시 보험사기를 벌였고 해당 지역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에서 보험금 3억원을 편취한 것을 적발해 재차 구속수감됐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속해 있는 현대해상 SIU본부는 조사실장 46명을 포함해 관리임원과 스텝 등 총 60여명이 일하고 있다. 조사실장들은 모두 전직 경찰수사관 출신들이다. 전국 각 보상부에 2~3명씩 파견돼 조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보험사고는 보험자가 보험금 기타 급여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우연하게 발생하는 일정한 사고를 말한다. 김 실장의 일과는 사고접수, 조사대상자 동태 파악, 자료 수집, 참고인 면담, 수사의뢰, 수사관과의 의견교환 등으로 이뤄진다. 심지어 경찰들처럼 비노출 잠복업무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출퇴근시간이 따로 구분돼 있지 않은 일상이라고 봐도 된다. 김 실장은 보험사기가 근절되기 위해서는 보험사고 조사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스스로 보험사기에 빠져들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범죄자로 전락하는 사람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특히 죄의식 없이 다가가는 보험사기 범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보험사기는 반드시 적발된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보험범죄로 파탄이 나는 가정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김 실장은 "비싼 보험료를 내고 보험에 가입해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무슨 조사가 필요하냐는 식의 부정적인 태도, 그리고 수사관도 아닌데 무슨 조사를 하냐며 협조하지 않는 보험계약자나 피해자의 태도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토로했다. 보험사기도 형법상 사기죄로 행위가 발생하면 법규를 적용해 수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사기에 대한 인식이나 수사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는 경우도 있다. 그는 "민영보험사 조사요원들의 조사권에 대한 합법화가 필요하다"며 "민영보험 관련 보험업법이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을 개정에 보험사고 조사에 대한 당위성이 명시된 법률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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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환 삼성화재 보험조사파트 책임은 약 20년간 보험조사업무를 담당하면서 다양한 보험사기를 적발했다. 손해사정법인 출신으로 2004년 9월 삼성화재에 경력직으로 입사해 보험조사파트 본부에서 근무하면서 대규모 조직형 보험범죄, 병원의 불법행위 수사 지원에 참여했다. 이 책임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보험사기는 지난해 적발된 선후배 보험사기 일당이 공모한 속칭 '칼치기 수법'. 차선을 바꾸는 차량을 피하지 않고 일부러 부딪혀 사고를 내는 보험사기 유형이다. 공모 차량 2대를 이용해 한 차가 끼어들기를 하면 다른 차가 급정거를 하는 방법으로 뒤차의 추돌사고를 유도하는 방식이다.지난해 7월 선후배 7명으로 구성된 보험사기일당은 렌터카 2대를 빌려서 나눠 타고 올림픽대로를 운행했다. 이 중 차량 한 대가 끼워들기를 시도했고 이를 빌미로 다른 한 대가 급정거하는 척하면서 후행하던 차량과 3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얼핏 보면 끼워들기에 의한 일반 교통사고 같았지만 이 책임은 현장에 출동한 보험사 직원의 의심쩍은 제보를 받게 됐다. 피해차량과 끼워들기를 한 두 차량이 모두 렌터카였고 탑승자들 대부분이 연령대로 보여지는 점에 의심을 가진 것이다. 이 책임은 "현장에 출동한 요원이 제보한 내용을 토대로 렌터카 사무실을 방문해 조사해보니 피해자 일행이 동일시간에 차량 2대를 렌트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칼치기 수법의 고의사고로 판단돼 경찰서에 수사의뢰를 했고 조사를 통해 서로 휴대폰으로 차선변경을 모의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중 추돌사고 운전자들과 관련된 여러 보험사들이 함께 협력해 보험사기 일당의 범죄를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b/>◇눈 뜨고부터 잘 때까지 추적= 이 보험사기 일당은 과거에 저질렀던 범죄까지 추가로 적발됐다. 과거 사고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고의 및 공모사고 20여건이 추가로 발견된 것. 보험금 총 3억원을 정도를 편취했다가 범행이 밝혀졌다.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피보험자와 피해자, 계약자 등은 해당 보험사의 콜센터에 사고를 접수하게 된다. 사고 현장에 투입돼 초동조치(피해자 및 피보험자를 통한 사고확인 및 피해정도 확인 절차)를 하는 보상직원들을 통해 보험조사요원들은 의심되는 대상건을 의뢰받는다. 이후 현장조사와 분석을 통해 보험범죄 혐의건이 농후한 사고들을 추출하고 유형별로 금융감독원에 인지보고 또는 검찰과 경찰 등에 수사를 의뢰한다. 이 책임은 "사고 다발자 등의 사고경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할 때는 금감원에 인지보고 한다"며 "금감원에서 분석 후 수사기관에 의뢰된 이후에는 수시진행에 대한 지원 역할을 주로 한다"고 말했다. 삼성화재의 보험조사파트는 본부 지원인력과 현장 조사인력으로 구분된다. 현장인력은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으로 구분돼 3개 조직으로 운영된다. 보험조사인력은 경력직으로 채용되며 검경 출신이 70% 정도다. 나머지는 도로교통공단 등 다른 기관이나 법인에서 교통사고 또는 보험조사 경력을 갖춘 전문가들이다. 특히 본사 차원의 꾸준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도로교통감정사, 손해사정사, 화재전문조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보험조사파트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임은 사고현장 출동자들로부터 보험범죄 의심건들에 대한 제보내용을 확인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조사의뢰된 건들에 대해 기초분석을 한 후 조사대상자들과 면담ㆍ현장조사를 위한 외근 업무를 수행한다. 이 책임은 "외근 중에는 관내 경찰서도 방문해 수사의뢰한 건들에 대한 진행사항을 파악한다"며 "회사로 복귀해서는 당일 조사한 것을 정리하고 이후 담당하는 지역의 사고 다발자들의 과거 사고를 분석해 공모사고나 고의사고 혐의점을 추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험사기 범죄자들이 날로 지능화, 조직화되는 상황에서 보험범죄 전담인력이 충분한 권한을 가지고 조사를 할 수 있게 법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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