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부회장과 원기찬 사장의 닮은 꼴 행보…비금융권 출신에 개방적이면서 남 눈치 안보는 스타일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1. 정통 금융 출신이 아니다. 2. 개방적이고 파격적이다. 3. 남의 눈치를 잘 보지 않는다.정태영 현대카드 현대카드·캐피탈 대표이사 부회장과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은 비슷한 궤적을 그린다. 보수적인 금융권 스타일이 아니다. 톡톡 튀는 전략과 행보로 실적 상승을 견인한다. 그런 점에서 혁신의 라이벌로 평가받는다. 정 부회장은 1988년 현대정공 도쿄지사담당을 시작으로 1996년 현대정공 미주·멕시코 법인장, 2000년 현대모비스 기획재정본부장, 2001년 기아차 구매본부장을 거쳐 2003년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으로 이동하면서 금융인으로 거듭났다. 원 사장의 출발이 더 늦다. 1984년 삼성전자 인사팀으로 입사한 후 2013년 12월까지 30년 동안 삼성전자 인사분야에서 일해온 인사통이다. 작년 삼성카드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금융업종에 뒤늦게 발을 들였다. 비주류란 이유로 금융업계에선 이들이 카드회사 대표로 취임할 당시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각이 더 많았던 게 사실이다. 금융업계 경험이 전혀없는데 어떻게 카드회사를 이끌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2015년 8월17일 현재, 두 경영인 이름 앞엔 '비주류·비금융인'이란 수식어는 없다. 대신 그 자리를 '혁신가'란 수식어가 꿰찮다. 주변시선 신경 안 쓰는 스타일 SNS엔 짧은 머리·캐주얼 패션슈퍼콘서트 등 아날로그식 문화이벤트 강조 '이미지 경영'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 감성의 혁신가 정태영 부회장= 정 부회장과 원 사장이 금융계의 혁신주자란 공통 분모를 갖고 있지만 성향은 확연히 다르다. 정 부회장은 즉흥적, 때론 감성적이다.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설립취지와는 다르게 사용했음은 심히 유감이나 결혼을 축하드리는 뜻에서 두 분께 십만 포인트를 증정합니다. 멋있는 커플이 되어주세요."(7월24일 정 부회장 페이스북). 지난달 말 모델 김새롬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찬오의 '그림 프러포즈' 사진을 공개한 당시 정 부회장이 직접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현대카드는 실제로 해당 커플에게 포인트를 주지는 않았다. 이 같은 방식으로 포인트를 증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혼설 관련 기사가 계속해서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자 이에 대한 홍보 차원에서 정 부회장이 센스 있는 농담을 했다는 게 현대카드 측의 설명이다.카드 포인트의 사용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고객들이 많자 임원에게 월급의 일부를 M포인트로 주는 '의외의 결정'을 내린 적도 있다. 포인트 담당 임원으로서 직접 써보고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몸소 체험해 보라는 뜻에서였다. 오너가이기에 가능한 행동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지만 원래 주변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성향이라는 게 지인들의 평가다. 실제 그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둘째딸인 정명이씨와 결혼했지만 현대차그룹 입사 전까지 도요타 자동차를 타고 다니기도 했다. 정 부회장의 감성적인 전략은 현대카드를 카드업계 2위권으로 도약시킨 밑거름이 됐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36% 성장했다. 현대캐피탈도 미국, 영국, 중국 등 해외 금융시장을 아우르는 글로벌 금융사로 성장시켰다.디지털·모바일 시대 아날로그를 고집한 경영철학도 남다른 면이다. 정 부회장이 강조하는 아날로그는 '멋'으로 축약된다. 매년 개최되는 슈퍼콘서트를 비롯해 뮤직 라이브러리, 트래블 라이브러리 등 다양한 이벤트는 문화를 통한 소통을 강조하는 그만의 아날로그식 경영철학이다. 이같은 아날로그식 문화이벤트를 통해 '현대카드를 사용하면 멋있다'란 이미지를 추구하겠다는 게 정 부회장의 생각이다. 사적인 공간인 페이스북도 한껏 멋을 부리고 있다. 여의도 한 복판에 문을 연 현대카드의 굴뚝 없는 공장 '카드팩토리'를 배경으로 커버 사진에 짧게 올려친 헤어스타일에 모던한 디자인의 안경, 젊은 캐주얼 복을 입은 프로필 사진을 통해 현대카드의 세련된 이미지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형식보다는 실용·소통경영 추구...현안 발생하면 즉각 메신저회의직원 500여명에게 팥빙수 직접 만들어 대접하는 '밀착 리더십'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소통의 혁신가 원기찬 사장= 반면 원 사장은 소통을 중요시 여기는 혁신가다. 지난 12일 말복을 맞아 삼성카드 본사 20층 임직원 휴게 공간인 오픈 라운지에서 직접 팥빙수를 만들어 500여명의 직원들을 일일이 대접하며 소통의 리더십을 펼쳤다. 사장이 직접 수동식 빙수기계를 활용해 얼음을 갈고 팥과 떡 등 고명을 얹어 만든 빙수를 먹은 직원들도 만족도는 높았다. 소통을 중시하는 것처럼 경영에서도 삼성그룹 다른 계열사와의 협업에 공을 들인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다른 금융계열사와 금융 복합점포를 통한 협업 강화와 함께 삼성전자 DNA를 금융에 결합시켜 새로운 상품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삼성그룹의 성공 DNA를 바탕으로 커머스플랫폼에 맞는 신사업, 모바일 결제 등 신성장 동력을 적극 발굴해 글로벌 카드사가 되겠다는 게 원 사장이 그리는 삼성카드의 미래 모습이다. 출발 성적은 좋다. 집권 2년차인 올 상반기 삼성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21.5% 늘어난 17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삼성화재와 제일모직 주식매각 등 일회성요인을 제외한 순익이다. 경영철학에 '실용'을 강조하는 것도 '멋'을 추구하는 정 부회장과는 다른 점이다. 원 사장이 강조하는 실용은 단순한 금전적인 혜택을 넘어 우리 생활 속에서 꼭 필요한, 즐겁고 정서적인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원 사장의 실용 철학이 그대로 드러나는 게 바로 숫자카드다. 그는 2011년 출시된 숫자카드를 지난해 '숫자카드 V2'로 업그레이드했다. 숫자카드 V2는 고객의 소비 생활 변화 패턴을 314개로 재구성하고 스마트 알고리즘 체계 분석을 통해 7개 상품으로 추린 게 특징이다.원 사장이 작년 1월 취임 후 야심차게 선보인 CLO 서비스(Card Linked Offer) '삼성카드 LINK'도 실용 철학의 집결판이다. 삼성카드 LINK는 회원별 소비패턴 분석을 통해 회원이 선호하는 업종이나 지역, 회원과 유사한 성향의 다른 회원들이 선호하는 인기 가맹점 등을 예측해 개인별로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즉 누가 말하지 않아도 고객이 자주 방문할 것 같은 가맹점을 보다 정교하게 예측하고 고객에게 맞는 맞춤형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합리적인 소비를 돕고 생활 속에서의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는 실용적인 빅데이터다. '원기찬'이란 개인도 실용을 추구한다. 형식적인 보고 절차를 탈피해 현안이 발생하면 임직원들과 메신저를 통해 바로 회의를 하며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그의 실용주의는 사이버 세상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검은색 바탕으로 한 커버사진에 반명함판 프로필 사진으로 소박하게 꾸며진 그의 페이스북에선 삼성카드의 실용주의를 느낄 수 있다. 원 사장은 이 곳에서 임직원은 물론 고객들과도 격의 없는 대화를 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과 원 사장 모두 서로 다른 자신만의 스타일로 회사를 이끌어 가고 있다"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카드업계의 역사를 새롭게 또 한 번 쓰는 중인데 두 카드사가 앞으로 어떤 것들을 내어 놓아 세상을 놀라게 할 지 기대된다"고 말했다.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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