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국제유가 급락이 서유럽 최대 산유국 노르웨이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미만으로 떨어진 지금이 노르웨이에는 경제적으로 더 힘든 시기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융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휘청거릴 때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최부국 노르웨이는 별 타격을 입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으로 노르웨이의 실업률이 최고치를 기록한 때는 2010년이다. 당시 3.7%였다. 하지만 유가가 추락한 지난 5월 실업률은 4.3%까지 치솟았다. 현재 실업률은 11년만의 최고치다.노르웨이 경제가 위기에 빠진 이유는 석유·가스 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 때문이다. 지난해 노르웨이 석유·가스 산업의 수출 규모는 5000억크로네를 기록해 3500억크로네에 못 미친 제조업을 압도했다. 다른 산업 부문은 비중이 미미해 농·어업 수출 규모가 500억크로네가 채 안 됐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석유·가스 업계는 대규모 투자 감축에 나서고 있다. 올해 노르웨이 석유회사들은 약 15% 투자를 줄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큰폭의 투자 감소다. 석유·가스 업계가 투자를 크게 줄이면서 실업률은 상승일로다. 노르웨이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달 초 노르웨이 정부는 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한 석유회사 페토로의 투자 계획을 공개했는데 금융위기 후 처음으로 10억크로네가 넘는 투자 계획이 한 건도 포함되지 않았다. 일단 지출부터 줄이자는 것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올해 석유·가스 부문 수입 규모가 2516억크로네를 기록해 지난해에 비해 27% 줄 것으로 보고 있다.노르웨이 정부가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노르웨이정부연기금(GPFG)에 손을 벌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GPFG에서 돈을 빼써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GPFG는 노르웨이 석유·가스 산업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재원으로 운용된다. 석유·가스 기업들이 정부에 납부한 세금, 정부가 석유·가스 채굴권을 매각해 확보한 수익, 페테로·스타트오일과 같은 국유 석유기업의 배당금이 GPFG의 주요 재원이다.정부는 석유·가스 산업에서 발생한 수익금에서 일부를 GPFG에 적립하는데 지난 수십년 동안에는 꾸준히 정부가 지출을 하고도 석유·가스 산업에서 발생한 수익금이 남았다. 이에 꾸준히 GPFG가 운용 자산을 늘렸고 오늘날 세계 최대 국부펀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노르웨이 정부는 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됐으며 여의치 않을 경우 GPFG에서 자금을 빼써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GPFG의 운용자산은 8750억달러에 달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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