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돔과 밸류비즈니스·어묵과 이노베이션…후세CEO의 '앞선 경영'

콘돔브랜드 '바른생각'의 제품들.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창업세대의 경영DNA를 물려받은 후세경영자들이 창업과 승계의 과정 속에서 자신만의 경영과 인생철학이 담긴 경영을 펼쳐 주목을 받고 있다. 22∼25일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는 24일 '경영2세가 말하는 기업경영'세션과 25일 스포츠스타들의 강연이 화제가 됐다. 두산그룹 4세인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 총괄부사장은 콘돔과 낙과(비·바람을 맞아 떨어진 과일)라는 사회적 이슈에 밸류비즈니스를 접목한 자신만의 경영철학을 소개했다.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아들인 박 부사장은 자신이 창안한 밸류비즈니스에 대해 "사회적 이슈 속에는 공유하고 나누고 싶은 가치가 숨어 있다. 그 가치를 통해 지속성장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면 이슈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것이 밸류 비즈니스"라고 소개했다.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 총괄부사장.

박 부사장은 지난해 콘돔 사업을 론칭해서 한번, 색다른 브랜드명(바른생각)으로 두번 화제를 모았다. 그는 "편의점에서 콘돔을 사는 걸 부끄러워해야 하는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 콘돔 상자를 로션통, 화장품 박스처럼 만들고 '바른생각'이란 이름을 붙였다"면서 "바른생각 콘돔은 업계 4위로 성장하며 중국 입점에도 성공했다"고 말했다.낙과(落果)를 이용한 비즈니스도 눈길을 끌었다. 박 부사장은 떨어지거나 상처가 나 상품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과일로 만든 잼 브랜드 '이런쨈병'을 출시하기도 했다. 낙과 피해를 본 농가를 돕고 땅에 먼저 떨어졌다는 이유로 천대받는 과일을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바꾸는 프로젝트다.삼진어묵 3세인 박용준 실장은 어묵에 이노베이션을 접목해 성공한 경우다. 박 실장은 미국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이후 회계사의 길을 가려했지만 예기치않게 부친인 박종수 대표가 동맥경화로 쓰러지면서 귀국해 가업을 이을 수 밖에 없었다.

삼진어묵이 운영하고 있는 어묵체험교실의 한 모습.

박 실장은 꼬지용과 반찬용으로 대변되는 어묵시장에 고로케 등 40여종의 신제품을 개발했고 빵을 고르듯 편안하게 어묵을 고를 수 있도록 어묵베이커리를 꾸몄다. 무엇보다 너도나도 '부산어묵'이 판을 치던 어묵시장에 고유브랜드인 '삼진어묵'을 통해 부산어묵보다 더 유명해진 삼진어묵을 키웠다.어묵이 감히 넘보지 못했던 백화점에도 진출했고 어묵역사관과 체험장도 본사에 마련했고 본사를 찾은 고객이 늘면서 본사가 위치한 영도구의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박 실장은 "단백질이 풍부해 건강에도 좋고 웰빙 제품을 많이 찾기 때문에 어묵 시장의 확장 가능성은 아직도 충분하다"면서 어묵의 대중화과 세계화를 통해 100년 기업의 꿈을 어아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삼진어묵 2,3세 경영자인 박종수 대표와 박용준 실장.

폐막날인 25일에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기업인과 기업인 후세들을 대상으로 도전정신과 자신감을 강조했다. 그는 "배리 본즈(메이저리그 홈런기록 보유자)가 타석에 서면 투수는 떨리기 마련이다. 그때 그 타자를 아웃시켜야겠다고 생각하면 더 떨린다. 하지만 타자가 누구든 내가 연습했던대로 똑같이만 던져야겠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편하다"고 말했다.박찬호는 "잘해야겠다보다는 '내가 꼭 이걸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자신감이 생긴다"며 '메이저리거로서 17년 생존의 비법'을 전했다.박찬호는 자신의 꿈에 대해 "내 꿈이 1억 벌고 그걸로 어머니께 세탁기 사드리는 것이었는데 LA다저스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로 가면서 실로 엄청난 연봉을 받게 됐다. 하지만 그 이후엔 부상과 슬럼프, 연패의 수렁으로 들어갔다. 삶이 평온하지 않았다"면서 "거기서 어떻게 나오는지 몰랐다. 철학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그것에만 집중하라'는 말을 수도 없이 되뇌었다"고 강조했다.포럼에는 프로볼러로 거듭난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신수지도 나와 '도전,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가장 아름다운 말'을 주제로 강연했다.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포럼 폐회사에서 "창업 세대와 경영 2세대의 소통의 장과 함께 상공인들에게 통찰과 힐링을 제공한 포럼이었다"면서 "새로운 저성장의 시대,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에 상공인들이 뒤를 돌아봐야 할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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