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새누리당은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폭탄 발언'으로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회법 거부권 행사는 예상했다 쳐도, 박 대통령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자질까지 언급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하자 여권은 혼돈에 휩싸였다. 여당의 모 의원은 이번 사태를 '병자호란'에 비유하며 "치욕적이다"고 평가했고, 또 다른 의원은 "대통령의 표현이 아쉽다. 우리 당이 야당이 된 것 같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번 사태에 대처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방식은 각기 달랐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자 이들은 친박(친 박근혜)계와 비박계로 나뉘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태흠, 김현숙 의원은 즉각 유 원내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박민식 의원은 재선의원들의 긴급 모임을 주재하며 대책을 논의했고, 이들은 유 원내대표의 '산소호흡기' 역할을 했다. 의원들의 말의 성찬은 4시간 넘게 이어진 의총에서도 계속됐다. 이 자리에서 국회법 재의결을 비롯해 유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두고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유 원내대표 문책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뜨거웠다. 사퇴를 요구하는 강경파가 있는가 하면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씌워서는 안 된다"는 온건파도 존재했다. 사태가 계파 갈등으로 치달을 것을 우려한 목소리도 있었다. 이노근 의원은 "잘잘못을 따지는 비판은 가능하지만 내부에 공격할 에너지를 야당에 해달라"고 요청했고, 강석호 의원은 대통령과의 소통 문제를 지적하며 당 지도부와 정무특보를 질책했다. 결국 의총은 유 원내대표의 재신임에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향후 유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고 몸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눈길은 다시 청와대로 쏠린다. 유 원내대표의 재신임에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심기 살피기가 시작된 것이다. "청와대의 추가적인 행동(액션)이 없기를 바란다"는 당직자의 말이 절절하다.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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