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유승준, 탈세 목적인가 억울해서인가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현재 중국에서 배우로 활동 중인 유승준이 돌연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에서 병역을 이행할 터이니 귀국을 허가해달라고 했다. 자식들에게 떳떳한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그는 병역기피자다. 2002년 공익근무요원 입영통지서를 받고서도 해외공연을 핑계로 출국해서 줄행랑을 쳤기 때문이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은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병역의무를 마친 연예인과 기피한 그와의 형평성을 고려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의 판단이 옳다고 본다.  그런데 그의 귀국 시도의 속셈은 세금 때문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른바 2중과세를 피하고 동시에 미국의 '해외금융계좌신고법 (FACTAㆍ미국 국적 보유자가 해외은행에 일정 금액 이상을 두고 있다면 해당 은행은 미국국세청에 이를 신고하도록 되어 있음)'을 피할 목적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것뿐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는 중국에서 연예활동을 통해 약 100억원 정도의 수입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 중국은 자국세법에 따라 100억원에 대해 과세를 한다. 돈을 지급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미국도 100억원에 대해 과세한다. 미국세법은 미국 국적 보유자의 경우 해외소득을 미국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 대신 중국에서 납부한 세금은 공제해준다(결국 미국은 중국과 세율 차이만큼만 추가적인 세수입이 있다). 따라서 2중과세는 아니다. 단지 그는 세금을 미국과 중국에 나누어 낼 뿐이다. 설사 그가 한국 국적을 취득한다고 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한국세법은 국적 기준이 아니라 거주자 기준(국내에 주소가 있거나 183일 이상 거소)에 따라 부과한다. 만일 그가 한국 거주자라면 미국의 경우처럼 그의 중국 소득에는 한국에서 다시금 과세되나 중국에서 납부한 세액은 공제해준다. 이 역시 2중과세가 아니다. 오히려 그가 국적을 변경하는 순간 2중과세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미국세법은 탈세목적으로 국적 포기를 하는 경우 포기한 해부터 10년 동안은 미국에서 추가적으로 과세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그가 한국 국적을 취득할 경우 한국과 미국 및 중국에서 동시에 세금 납부 의무가 부여될 수 있다. 미국세법이 탈세 시도에 대해 엄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 미국과 중국, 한국과 중국 사이에 체결된 조세조약은 2중과세를 방지를 위한 여러 조문을 두고 있다. 따라서 그의 한국 국적 취득 시도가 2중과세를 피하기 위함이라는 언론 지적은 옳지 않다. 한편 그가 미국의 '해외금융계좌신고법'을 피할 요량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는 것으로 보도한 언론도 있다. 하지만 한국도 미국 못지않은 '해외금융계좌신고규정'이 있다. 중국에서 번 돈을 그곳 은행에 예금했을 경우 그는 이 사실을 한국정부에 신고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중 조세조약의 정보교환 규정에 따라 중국국세청이 그의 계좌를 조사해서 한국국세청에 알려준다. 그러니 그의 한국 국적 취득 시도가 탈세용 꼼수라는 지적은 비논리적이다.  그렇다면 유승준은 왜 귀국을 시도하려는 것일까. 뒤늦은 참회일까, 아니면 자신과 유사하게 부당한 사유로 병역의무를 회피한 자들이 뻔뻔스럽게 장관이나 총리 등의 자리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앉는 것을 보고 상대적으로 본인의 입국금지 조치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몇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을 보니 그런 것도 같다. 유승준에 대한 정부의 입국거부 조치가 정당성을 지니려면, 부당한 병역미필자도 고위공직에 발을 들여놓도록 해서는 안 된다. 그 둘은 서로 방법만 달랐지 똑같은 병역미필자들이기 때문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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