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엉클 샘 안 죽었어'

세계적 석학 조지프 S. 나이 교수의 '중국 부상론'에 대한 경계와 '미국 쇠퇴론'에 대한 강력 반박문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조지프 S. 나이 지음/이기동 옮김/김흥규 해제/프리뷰/1만4000원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중국과 미국의 헤게모니 전쟁', '중국이냐 미국이냐', ' 제국의 전쟁: 중국 vs 미국,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패권경쟁: 중국과 미국, 누가 아시아를 지배할까 ', '중국이 미국된다'….중국 부상론과 나란히 미국 쇠퇴론이 국제사회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2000년대 이후 출간된 수많은 책제목을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세기 초일류국가로서 패권적 위치를 미국이 21세기에도 고수하게 될지, 아니면 중국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인지 여전히 의견들이 분분하다. 최근 세계적인 석학 조지프 S. 나이(79)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같은 주제로 책을 펴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학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1977년 카터행정부 국무차관보와 국가안보회의의장, 1994년 클린턴행정부 국방부 국제안보담당차관보와 국가정보위원회의장 등을 맡아 미국정부의 외교정책 입안에 깊게 관여해 왔다. 클린턴 행정부 초기 시절 일명 '나이 이니셔티브'로 불리는 동아시아 정책을 수립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력 때문에 이번 신간을 비롯한 그의 저서 역시 무게감이 실린다.이 책은 나이 교수가 '미국 쇠퇴론'을 향해 던지는 강력한 반박문이다. 그는 "미국의 세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린다. 미국처럼 글로벌 파워를 구가할 국가는 아직까지 없으며, 인류 최대 강국으로서 미국의 영향력은 수십 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저자는 국제관계 변화양상과 미국이 앞으로 전개해야 할 외교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인이 아닌 독자 입장에서는 그의 주장보다 더 유의미하게 다가오는 내용일 수 있다. 책에서 나이 교수는 '국력'의 요소에 경제력, 군사력과 함께 교육, 문화, 시민사회의 힘을 아우르는 소프트파워를 주요하게 포함시킨다. 저자는 '중국'을 다루기에 앞서 글로벌 경쟁국으로 부상할만한 미국의 잠재적인 도전자들로 유럽, 일본, 러시아, 인도, 브라질을 꼽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이 결국 미국과 대적할만한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한다. 국제기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유럽은 인구감소와 고령화 그리고 미국보다 덜한 창조산업에 대한 투자규모 등에 비춰 패권적 지위를 얻기는 힘들다고 봤다. 일본의 경우 편협한 인종주의적인 태도와 그것에서 비롯된 정책들이 현대화와 대중문화와 같은 강점을 상쇄한다고 지적하며, 러시아는 사회전반에 만연한 부패가 경제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는다. 인도 역시 문맹인 빈곤층이 수억 명에 달하는 낙후된 나라로 발전에 제약이 많고, 브라질은 부실한 인프라, 과도한 규제, 높은 살인율과 부패 등 사회문제가 심각하다. 본격적으로 '중국 부상론'에 대해 나이 교수는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을까? "중국은 정부가 소프트파워를 만드는 주역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정보가 부족한 세상이 아니다. 관심이 부족할 뿐이다. 관심은 신뢰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지는데, 중국 당국의 선전 공세는 사람들로부터 거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 나이 교수는 중국이 미국보다 네 배 많은 인구수,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 병력과 250기가 넘는 핵무기, 매력적인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어도 소프트파워를 만들어내는 수많은 비정부기구나 세계랭킹에 오르는 대학이 없는 현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59)를 투옥시키는 등 인권운동가들을 탄압하는 행위 등을 지목하며, "중국의 정책은 자신이 속한 지역에 한정돼 있고 국력의 원천은 경제발전에 집중돼 있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와 대비해 미국이 초강대국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힘은 여러 요인 중에서도 '이민자들의 국가'에서 비롯된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이민자들을 포용하면서 이뤄낸 기술 혁신, 기업가 정신, 인구 증가, 개방적인 문화 등이 미국을 쇄신하게 했다는 것. 여기에 셰일가스와 석유 등 풍부한 에너지 자원과 교육 및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힘을 보태고 있다.나이 교수는 미국의 쇠퇴론을 반박하는 것으로 책을 매듭짓지 않는다. 그는 현재와 근미래의 국제관계 지형을 살피고, 미국 그리고 세계가 지향해야 할 국제사회의 방향으로 자신의 주장을 확장시키고 있다. 그는 "21세기 들어 두 차례 큰 힘의 변환이 있었다. 하나는 서방국가들에서 동방국가들로의 힘의 이동이며, 다른 하나는 글로벌 정보혁명의 결과로 정부에서 비정부 행동주체들로의 힘의 분산"이라며 "힘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힘이 항상 제로섬(zero sum) 게임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제는 힘이 포지티브 섬(positive sum)의 시대가 됐다"고 했다. 국가 대 국가의 전쟁이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시대는 지났으며, 양극체제나 단일체제와 같은 국가 중심 구도가 아닌 다국적이면서도 비정부 주체와 개인의 활동이 영향력을 지니게 된 다중 체제로 들어섰다는 의미다. 나이 교수는 모두에게 유익한 글로벌 공공재를 만들어낼 협력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선 간간이 국제정세를 너무 미국 중심적으로 해석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일본, 인도, 베트남을 비롯한 여러나라들은 중국의 영향력에 휘둘리기를 원치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이 지역에 남아 있는 걸 환영한다"(p.210)라는 표현에선 아시아 다른 국가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제외돼 있으며, 중국이 문화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발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단언도 성급하게 느껴진다.해제를 쓴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52)는 "미중의 한반도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칠 한국의 자주적 역량을 배양하는 것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어느 강대국도 자국의 이해를 넘어 한국의 이해를 지원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역사가 주는 교훈이기 때문"이라며 "결국은 자주적 역량의 강화를 통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준비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조지프 S. 나이 지음/이기동 옮김/김흥규 해제/프리뷰/1만4000원)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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