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가능한 대리제보는 새것처럼, 이상직 의원 법안은 자기것처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제10회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모두발언하고 있다.(사진 제공 : 기재부)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정부가 최근 대대적으로 '대ㆍ중소기업 사이 불공정 관행 근절'을 외치고 있지만, 내놓는 대책은 부실하거나 의원입법 베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재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통해 공정위에 제보할 수 있는 업종을 기존 15개에서 유통ㆍ소프트웨어까지 확대하고 ▲공정위에 자료 제출을 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도급법을 개정하겠다는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이는 전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 보고됐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공식 발표했다.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처럼 등장한 공정위 안건이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임이 쉽게 드러난다. 우선 협동조합 대리제보 업종을 늘리는 대책의 경우 확대 기준과 그간의 성과 분석이 불명확한 보여주기식 처방이란 평가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금형ㆍ피복 등 15개 업종 중소기업이 협동조합을 매개로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신고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는 향후 유통 및 소프트웨어 업종에도 협동조합 대리제보 권한을 주겠다고 보고했는데, 현실은 원래부터 누구에나 열려있는 신고방법에 불과했다. 최무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과장은 "당초 신고는 협동조합을 통하든 개별적으로 하든 중소기업 모두에 열려있었다"며 "정부의 대책에 따라 신고 가능 업종이 바뀌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마치 새로운 대책인양 발표한 정부 태도와는 거리가 있다. 정부가 협동조합 대리제보를 기(旣)도입했다는 15개 업종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성과 분석은 없었다. 최 과장은 "이들 업종의 제보 건수를 밝히는 것 자체와, 늘어나고 있다는 등 분위기도 말해줄 수 없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이 밖에 최 부총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공정위 보고를 바탕으로 하도급법 개정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수급사업자가 서면실태 조사를 위해 공정위가 요구한 자료를 제출한 것을 이유로 원사업자로부터 거래정지 등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한다'는 하도급법 개정안은 이미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2013년 10월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법사위원회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여야 간 이견이 없어 무난한 처리가 예상된다. 이상직 의원실 관계자는 "야당 의원이 이미 낸 아이디어를 정부가 가로채려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며 "공은 국회로 넘어와 있는데 정부가 본 개정안 마련과 처리의 주체가 된 듯 행동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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