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의 新인류 '호모 데이터쿠스', 주류가 되다

데이터, 일상을 접수하다식당예약.간단한 대화.음악감상 등모든 것을 데이터 통신으로 해결무선 트래픽, 매년 2배씩 급성장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여자친구와 마음껏 통화하기 위해 월 5만원 이상 요금제를 사용하는 A씨. 매달 기본으로 제공되는 '데이터'를 소진하지 못한 그는 직장 동료인 B씨에게 월 3GB씩 판다. 그 대가로 9000원을 받아 커피 2잔을 마신다. 스포츠 중계를 자주 본 탓에 항상 데이터 부족에 허덕이는 B씨 입장에서는 기본 데이터 소진 후 과금되는 금액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C씨는 중학생인 아들에게 데이터를 선물해주기로 했다. 아들의 최근 학교 성적이 많이 오르자, 선물로 데이터를 주기로 한 것이다. C씨는 아들이 지나치게 스마트폰을 사용할까 우려해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적은 저가 요금제에 가입시켰다. C씨의 아들은 등하굣길 마음껏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좋아한다. '데이터'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 시대가 열렸다. 음성통화ㆍ문자 기능을 넘어 우리 삶의 깊숙한 곳까지 데이터가 자리를 잡았다. 택시를 불러주는 일은 물론 전화번호나 상호명 검색, 심지어 주차장 예약까지도 데이터가 한다. 3세대(3G) 통신 초창기 소비자들이 데이터 접속료 때문에 휴대폰 컬러링ㆍ벨소리 변경도 두려워했다면, 이제는 DMB 대신 고화질의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데이터를 팔아 통신비를 절감하는 사람들이나 데이터를 달라며 부모님에게 떼쓰는 아이들 풍경은 이미 낯익다. 데이터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수단이나 기능이 아닌 하나의 '상품'이자, 우리 '삶'의 일부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데이터를 나눠쓰고, 돌려쓰고, 밀어서(이월)쓰고 이제는 당겨쓰기까지 한다. 지인들에게 자신의 것을 선물하고, 또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서는 데이터 선물 서비스를 이용한 '장터'가 열리기도 한다. 이같은 추세는 데이터 트래픽만 봐도 명확히 드러난다.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시대에 들어선 이후 트래픽 증가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KT에 이어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가 음성ㆍ문자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요금제를 설계하고 나선 까닭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집계한 통계를 보면 지난 3월 국내 LTE 데이터 트래픽은 12만960테라바이트(TB)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무선 데이터 트래픽(13만8121TB)의 87.5%에 해당된다. LTE 상용화 이후인 지난 2012년 1월 무선 데이터 트래픽은 2838TB였다. 1년 후인 2013년 1월에는 3만355TB까지 오르더니 지난해 1월에는 6만1639TB까지 치솟았다. 올해 1월에는 11만2272TB였던 점을 감안하면 매년 2배 가까이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LTE 가입자 1명당 트래픽은 3365메가바이트(MB)로, 3G 가입자(986MB)의 3.4배에 달했다.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상위 소비자 10%는 전체 LTE 트래픽의 54.4%, 상위 5%는 40.1%를 차지한다. 상위 1%는 16.5%를 사용한다. 데이터 통신 속도 개선도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기존 LTE보다 4배 빠른 '3밴드 LTE-A'가 올해 1월 국내에서 상용화됐다. '3배 빠른' 광대역 LTE-A가 상용화된 지 6개월 만이다. 4배 빠른(300Mbps) 것도 모잘라 기가(Giga)급 속도를 제공하는 5세대(5G) 시대도 오는 2020년부터 열린다. 이때는 지금의 LTE시대보다 더 많은 것들이 가능해 진다. 모든 영역의 패러다임 기폭제가 된다는 것이다. 공상과학영화(SF)에서나 나올 법한 '순간이동'이나 '홀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실시간으로 대용량 콘텐츠의 송ㆍ수신이 가능해지면서 언제 어디서든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된 '사물인터넷(IoT)'도 우리의 삶을 설레이게 한다. 서로 통신하는 사이 발생하는 지연 시간이 줄어들면서 수많은 기기들이 연결돼 초실시간으로 초대용량의 트래픽이 이동할 수 있는 시대가 코앞이다. 이때는 무인차도 일상화되고 홀로그램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업계는 이동통신사들이 요금구조를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계기로 미래 '데이터 시대'에 한걸음 다가섰다고 평가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선행조치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만 보면 사업자들의 요금제 개편이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지만 데이터 사용량 증가 추세에 맞게 대응했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사업자들의 경쟁력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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