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국가대표 2차 평가전에 참가한 여자 리커브 선수들
"보는 사람도 힘든데 선수들은 오죽하겠어." 열흘째 이어진 경기에 모두 녹초가 됐다. 마지막 날에는 비바람이 심했다. 양궁 국가대표 2차 평가전 4회전이 열린 지난 20일 충북 보은공설운동장. 리커브와 컴파운드 남녀 여덟 명씩 선수 서른두 명이 마지막 경쟁을 했다. 비와 추위가 변수였다. 선수들은 발사를 마칠 때마다 사대 뒤 천막에서 몸을 녹였다. 점퍼를 입거나 손난로를 비벼댔다. 사투를 지켜보는 지도자들은 애가 탔다. 멀찌감치 떨어져 초조함을 달랬다. 조심스럽게 서로의 점수도 물었다. 국가대표 평가전은 실시간으로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장영술(55) 현대제철 감독은 "같은 팀끼리 밀어줄 수 있는 여지를 없앤 것"이라고 했다. 공정함을 더하기 위해 열흘에 걸쳐 진행되고 그 방식도 기록경기, 토너먼트, 리그전, 화살 한 발로 겨루는 슛오프 리그전 등 다양하다. 그렇다보니 기록실에서 최종 점수를 매기는 데만 30분가량 걸린다. 그래서 최종 선발자가 눈대중으로 예상한 것과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이날은 여자 리커브 1차 평가전에서 1위를 한 장혜진(28ㆍLH) 선수가 쓴잔을 마셨다. 대부분이 선발을 예상했으나 합계 점수에서 11점으로 기보배(27ㆍ광주광역시청) 선수와 동률을 이뤘고 기록합계에서 2.94점 뒤져 4위로 밀렸다. 남자 리커브의 이승윤(20ㆍ코오롱) 선수도 구본찬(22ㆍ안동대) 선수에 기록합계에서 2.25점 뒤져 탈락했다.문형철(57) 대표팀 총감독은 "어렵게 선발되는 과정 역시 훈련의 연장선상"이라며 "극한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런 긴장과 거리가 먼 선수도 있었다. 남자 리커브 1차와 2차 평가전에서 모두 1위에 오른 김우진(23ㆍ청주시청) 선수다. 일찌감치 선발을 확정지어 시종일관 얼굴에 여유가 넘쳤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페이스를 잃지 않은 그는 "이제 새로운 시작"이라며 선전을 다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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