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엘팜 장석훈 대표 '물없이 녹여먹는 약제조 원천기술' 개발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마지막 꽃은 한국에서 피우고 싶었습니다."
장석훈 씨엘팜 대표
입안에서 녹는 의약품인 '필름형 제재'를 만드는 설비를 개발한 씨엘팜 장석훈 대표(62)가 20년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다. 의류 사업을 하다 중남미 진출을 위해 1987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장 대표는 필름형 제재 원천기술을 들고 2006년 고국행을 택했다. 10년 뒤. 장 대표는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지난 8~10일 열린 제2회 '바이오메디컬 코리아' 행사에서 '메디컬 한류'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이 행사에서 씨엘팜은 4000억원의 수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내 제약사의 총 수출계약금액은 6600억원이다. 장 대표는 "필름형 제재라는 원천기술과 공장을 통째로 수출하는 플랜트이기 때문에 수출금액이 큰 것"이라며 "한국에 온 지 13년 만에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씨엘팜은 지난해 브라질의 대기업 EBX와 현지 합작법인을 통해 1200만달러(약 120억원) 상당의 공장수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아르헨티나에 추가 공장을 설립하는 MOU를 맺었다. 수출계약 금액만 총 2000억원에 달한다. EBX를 이끌고 있는 에이카 바티스타 회장은 2012년 세계 부자 순위 7위에 오른 브라질의 석유재벌이다. 씨엘팜은 제약 사업에 뛰어든 바티스타 회장과 손잡고 중남미에 필름형 의약품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쿠웨이트 코랜트사와 공장수출과 의약품 공급계약 MOU도 체결했다. 씨엘팜이 개발한 필름형 제재는 입안에서 녹여 먹는 의약품이다. 아프리카 등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유용하다. 미국에서 '바르는 보톡스' 화장품을 개발해 판매하던 장 대표는 보톡스 개발업체 앨런간과 특허소송을 벌일 당시 변호사가 들고온 필름형 구강청결제(가글)를 보고 필름형 의약품 개발을 결심했다. 하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생산라인 개발이었다. 기존의 필름형 제재를 만드는 방식은 수율이 50~60% 불과했다. 값비싼 원재료의 절반 가까이를 버려야 한다는 의미다. 필름 숙성기간도 필요해 제품으로 만들기까지 7~20일이나 걸렸다. 장 대표는 독일을 비롯해 스위스와 이탈리아 등 설비를 잘 갖춘 국가들을 돌며 수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고 결국 90%까지 끌어올리는 생산설비를 개발했다. 제품 생산기간도 종전 7~20일에서 단 '5분'으로 줄였다. 기술 개발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2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자금은 늘 부족했다. 장 회장은 "창업투자회사들이 자금을 금방 넣어주겠다고 해서 그것만 믿고 기다리다 부도 일보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재개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까지 포기한 장 대표에게 창투사의 횡포는 고국에 대한 배신감마저 느끼게 했다. 자금난은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산업은행이 돕겠다고 나서면서 해결됐다.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패스트트랙(Fast-Track)' 제도로 경영난을 벗어나게 된 것. 장 대표는 "10년이 넘게 투자를 하면서 자금 때문에 힘들었다"면서 "산업은행이 다른 은행들을 설득하면서 자금난을 벗어날 수 있었다. 공기업다운 면모를 봤다"고 말했다. 2013년 매출 24억원에 불과한 씨엘팜은 지난해 수출 계약이 시작되면서 3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해외 플랜트 수출이 본격화되는 만큼 흑자전환이 기대된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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