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kt 신임 감독으로 선임…대학때까지 형에 라이벌 의식, 프로와서야 강박관념 사라져
조동현 kt 감독[사진=KBL 제공]
[용인=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구약성서 창세기 4장에서 카인에게 동생 아벨은 내면의 적이다. 누구나 비슷한 분노를 겪는다. 경쟁자보다 못한 것이 없다고 자부할 때다.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성훈 교수(47)는 저서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에서 '카인 콤플렉스'를 설명하며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남을 남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와 나 사이의 원천적인 '다름'을 받아들이라는 조언이다. 지난 7일 프로농구 부산 kt의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조동현(39) 감독은 프로에 발을 내딛기 전까지 이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내면의 적을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농구를 했다. 5분 일찍 태어난 쌍둥이 형 조상현(39) 고양 오리온스 코치다. 조 감독은 "주위에서 계속 비교를 해 악이 받쳤다. 열등감도, 형처럼 되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고 했다. 조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체격, 실력 등에서 형에게 뒤졌다. 한꺼번에 9㎝가 자란 대전고 1학년 때까지 항상 12㎝가량 작았다. 코트에서 형만큼 주목받지도 못했다. 대전중 1학년 때 신경성 위염에 걸려 6개월간 위장약을 복용했다. 2학년 때는 운동을 하다 오른 발등이 골절됐고, 3학년 때는 오른 무릎을 다쳐 대전고에 진학하자마자 수술을 받았다. 그 사이 형은 주전선수로 확 컸다. 조 감독은 분발하려 했지만 재활을 마치자마자 악성빈혈에 시달렸다. 그는 "코트를 서너 바퀴만 돌아도 천장이 빙글빙글 돌았다. 땀도 나지 않아 형이 보는 앞에서 선배들에게 '농땡이를 부리냐'며 자주 혼났다"고 했다.조 감독은 6개월을 더 쉬고 후보로 출장했다. 학부모들은 그런 그를 탄탄대로를 걷던 형과 자주 비교했다. 조 감독은 그때 결심했다. 무조건 형을 따라잡겠다고. 밤늦게까지 기술을 연마하며 체력을 다졌다. 동료들은 그런 그를 '독종'이라 불렀다. 당시 연세대 코치였던 유재학(52) 울산 모비스 감독도 "형이 잘 때 몰래 나와 운동하는 친구였다"고 했다.
조상현(왼쪽)과 조동현[사진=KBL 제공]
수준급 선수의 반열에 올라섰을 때도 조 감독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늘 당당했고 기운이 넘쳤다. 자존심도 셌다. 연세대에 진학하는 과정에서 형에게 얹혀 간다는 소리를 듣기 싫다며 고집을 부렸다. 그는 "당시 연세대 매니저였던 손종오(41) LG 운영차장이 '누구를 끼워 데려갈 형편이 안 된다. 정말 필요해서 제의한 거다'라고 설득해 마음을 돌렸다"고 했다.무서운 집착은 프로에 입성하면서부터 사라졌다. 조 감독은 "언론이나 팬들이 '라이벌'이라는 단어를 이름 앞에 붙이지 않으면서 강박관념을 벗을 수 있었다. 팀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나이를 먹고 돌아보니 참 무색해 보인다"며 웃은 그는 "형과 나는 원천적으로 다른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형보다 먼저 감독이 되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형을 앞서고도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형이 외국인선수를 관찰하러 미국에 갔어요. '축하한다. 넌 잘할 거야'라고 격려해주더라고요. 형을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기회가 먼저 왔을 뿐이에요."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스포츠레저부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