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권, 3월 2조6856억 던져 환매 자금 마련‥순매도 종목 10개 중 6개가 올라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펀드매니저들이 잘 나가는 주식을 떨이 처분하고 있다. 코스피가 2040선을 뚫으며 차익실현을 위한 펀드 환매가 이어지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투자자들에게 돌려 줄 자금 마련에 나선 것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투신(자산운용사)은 지난 3월 주식 시장에서 2조6856억원을 순매도했다. 하루 평균 약 1220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운 셈이다. 지난달부터 증시가 상승하자 운용사들은 본격적으로 '팔자'에 나서 3월12일부터 27일까지 12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3월 한 달 동안 나흘을 제외하고 운용사들은 모두 매도에 나섰다. 이 기간 동안 코스피는 2000선을 넘고 올 들어 처음으로 2030선, 2040선까지 뚫었다. 이처럼 운용사들이 '팔자'를 이어가는 것은 코스피 상승으로 차익실현을 노린 펀드 환매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공모 기준 지난 3월에만 2조7081억원이 순유출됐다(ETF 포함). 1월에는 1조138억원이 순유입되고, 2월 9355억원이 순유출됐다. 운용사들이 팔아치운 종목은 주로 대형주다. 중소형주 펀드보다 대형주ㆍ성장주 위주의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한 달간 운용사들은 KODEX200(-4732억원), 삼성전자(-1945억원), POSCO(-981억원), 아모레퍼시픽(-970억원), 현대차(-930억원), 현대모비스(-864억원), NAVER(-855억원), 한국전력(-726억원), SK하이닉스(-693억원), 제일모직(-630억원)을 비워냈다. 문제는 주가가 오르는데도 환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식을 내다팔았다는 점이다. 펀드 매니저들이 지난달 순매도한 종목 상위 10개 중 6개가 한 달 동안 올랐다. 운용사들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KODEX200은 지난달 1.22%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4.86%, 현대차는 2.18% 올랐고 아모레퍼시픽은 16.88% 급등했다. NAVER와 한국전력은 각각 0.91%, 2.8% 상승했다. 주가가 내린 종목은 POSCO, 현대모비스, SK하이닉스, 제일모직으로 각각 -11.03%, -2.4%, -3.43%, -9.57%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펀드 환매가 '주식 매도→주가 하락→수익률 부진'의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스피지수 상승 국면에서 주식을 사모아야 하는데 펀드 매니저들이 오히려 주식을 매도해 펀드 수익률이 떨어지고 나아가 코스피 상승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운용사 한 펀드 매니저는 "최근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등이 올랐지만 밀려드는 펀드 환매 자금을 마련하려면 주가가 높은 종목 위주로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펀드 환매는 투자자들이 코스피 상승에 큰 기대를 안한다는 뜻으로 코스피가 2000선만 넘으면 상승세가 꺾이는 악순환이 지속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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