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과 만난 김사니, IBK에 우승 토스

女프로배구 챔프전 MVP 선정

IBK기업은행 데스티니(왼쪽)와 김사니가 챔피언결정전 우승트로피에 입맞추고 있다.[사진=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3세트 24-19.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세터 김사니(34)가 서버로 나섰다. 정상까지는 한 점. 공 끝에 힘이 실린 그의 서브가 네트를 지나 한국도로공사의 코트를 향했다. 불안한 서브리시브에 이은 상대의 공격을 리베로 남지연(32)이 걷어 올리자 김사니가 재빨리 자세를 잡고 공을 띄웠다. 왼쪽 공격수 박정아(22)의 오픈 강타가 득점으로 연결되자 축포와 함께 코트 위에서 꽃가루가 쏟아졌다. 서브에서 토스까지, 우승 포인트를 완성한 김사니는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동료들이 주장이자 맏언니인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굵은 눈물을 흘리는 김사니를 데스티니 후커(27·미국)가 말없이 꼭 안았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챔프전·5전3선승제) 3차전 홈경기에서 도로공사를 세트스코어 3-0(25-15 25-23 25-19)으로 꺾고 3연승으로 우승했다. 김사니는 외국인 공격수의 전유물이던 챔프전 최우수선수(MVP) 상까지 받았다. 세터로는 처음이다.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55)은 "MVP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했다. 김사니는 포스트시즌 내내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면 얼음을 대고 다리를 절룩거리며 경기장을 나섰으나 코트에만 서면 통증을 잊었다. 그래서 빨리 우승을 확정짓고 싶어 했다. 그는 "3차전에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생각으로 24점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했다"고 했다. 베테랑의 선전은 동료의 응집력으로 연결됐다. 이 힘이 2005년 프로 출범 이후 여자부 챔프전에서 처음으로 전승 우승을 일궈냈다. 그 동안 네 차례나 챔프전에 오르고도 정작 우승은 2009-2010시즌 한 차례(KT&G 소속) 뿐이었던 김사니도 '만년 준우승'의 응어리를 딛고 정상에 섰다. 그는 "내 자신이 대견해 눈물이 많이 났다"고 했다.

IBK기업은행 챔피언결정전 우승[사진=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기업은행은 올 시즌 김사니를 영입하면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완성했다. 그의 영입은 미국 국가대표 공격수 출신인 데스티니와 김희진(24), 박정아로 구성된 국내 거포들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회심의 카드였다. 공격수 세 명이 고른 득점을 올려 '삼각편대'로 불리는 기업은행의 화력도 김사니의 뛰어난 판단력과 공을 배분하는 토스워크가 있어 가능했다. 데스티니는 챔프전에서 81점으로 득점 순위 1위, 박정아가 3위(50점), 김희진(41점)이 4위를 했다. 데스티니는 "(김사니가) MVP 자격이 있다. 팀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있었다"고 했다. 김희진은 "'코트 안에서 누가 우리를 이끌어줄지 걱정했는데 사니 언니가 그 역할을 잘해줬다"고 했다. 김사니는 큰 경기에서 이름값을 했다. 챔프전 세 경기동안 세트(공격으로 연결된 토스) 280개를 시도해 129개를 성공(세트당 12.9개)시키며 도로공사 세터 이효희(35·세트당 9.5개)와의 대결에서 판정승했다. 서브득점도 세 개를 기록하며 공동 2위에 올랐다. 도전은 계속된다. 그는 "가급적 오래 선수로 뛰면서 후배들이 의지하고 선수생활을 길게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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