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의 ‘예’를 차립시다…‘조문보’를 아시나요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고인을 기리기 위해 만드는 인쇄물인 ‘조문보’(弔問報)가 우리 장례문화에 ‘예’를 갖추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한 네티즌은 “엊그제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모친상 조문을 갔다가 특이한 것을 보았다”며 “고인 박봉순(1922~2015) 여사가 어떤 분이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조문객들이 알 수 있도록 소개한 A4 한 장짜리 인쇄물이었다”고 조문보를 소개했다. 조문보에는 고인의 약전(略傳)과 유족들의 이름과 나이, 가족사진이 실렸다. 유족들은 조문보를 통해 장례 일정을 알리고 문상객들에 대한 인사를 올렸다. 그는 많은 빈소에 “많은 조문객이 모이긴 하지만, 정작 돌아가신 분이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은 없고 오로지 남아 있는 상주와의 관계에만 관심이 있다”며 조문보가 ‘고인이 배제된’ 장례행사에 비추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가수 신해철 조문보 중 한 부분

고 박봉순 여사의 조문보를 제작한 곳은 협동조합 은빛기획이다. 은빛기획은 가수 신해철, 경제학자 김기원, 언론인 성유보의 조문보를 비롯해 지금까지 10여건을 만들었다. 은빛기획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노항래 은빛기획 대표는 한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 “품위 있는 장례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조문보를 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조문보를 만드는 가장 큰 보람은 유족들의 반응이라며 유족들이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한다고 말했다.

경제학자 김기원 교수 조문보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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