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광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국토교통부가 올해 추진할 정책의 내용이 거의 공개됐다. 연초 대통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관광인프라 및 기업혁신투자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 관계부처 합동 투자활성화 대책, 입찰담합예방 및 시장불확실성 완화방안, 주요업무추진계획 발표 등 숨 가쁘게 달려온 정책 레이스는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그간의 발표에서 제시된 정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경제활성화'다. 박근혜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해 경제에 실질적 자극을 줄 수 있는 정책 패키지를 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핵심적인 정책수단은 규제개선이다. 지난해 4월 국토부는 2017년까지 기존 규제의 30%를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규제 혁파에 자신감이 붙었는지 당초 목표에 10%를 더해 모두 40%의 규제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예상을 웃도는 24조8000억원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재원을 마련한 터에 더욱 과감한 규제철폐로 민간부문의 창의력과 자본을 활용함으로써 투자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건설산업 규제개선과 경제활성화 방안이 건설시장에 주는 의미와 영향을 살펴보면, 공간적 측면의 규제완화가 눈에 띈다. 공장 신ㆍ증설 요구가 많은 비도시지역의 공장건축 규제를 완화해 공장부지 부족을 해소하겠다는 것으로, 신규투자 금액만 3년간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분석돼 상당한 투자효과가 기대된다. 경제적ㆍ사회적 환경변화에 따른 국토의 효율적 이용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때라 시의적절하다. 다만 환경기술의 진보를 감안하더라도 허용업종 선정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고 주민의사가 존중돼야 한다. 둘째 건설서비스 분야 활성화를 통한 건설산업의 체질개선이다. 기업형 임대주택사업, 부동산리츠(REITs) 업무범위 확대, 부동산개발업의 경쟁력 강화, 공공기관 기능 재조정 등 건설서비스 분야의 발전은 수주ㆍ시공 위주 건설산업에 확장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경기하강으로 수주물량이 감소하면 바로 치명상을 입는 건설산업의 경기변동 대응력을 높일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건설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의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공공부문이 관리하는 1504개 항목의 건축행정시스템과 실시간 대중교통 빅 데이터를 민간에 제공할 예정이다. 공공정보의 민간 개방은 시설물에 정보기술을 장착하는 기존의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층에게 창업기회를 제공한다면 사회경제적으로 큰 효과를 볼 것이다. 국토부의 경제활성화 방안은 새로운 시장과 창조적인 비즈니스 모델 출현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다만 경제민주화 측면을 소홀히 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 아쉽다. 국토부가 지난해 해외건설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제정하고 하도급대금 직불을 확대하는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지만 시장에서는 경제활성화와 경제민주화를 대립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정서가 있기 때문에 정책당국이 경제활성화만 강조하는 인상을 주면 거래질서 공정화와 같은 경제민주화 정책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의도적으로라도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할 필요가 있다.이종광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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