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보육법 오는 4월 임시국회 재논의보육교사 인권 논란에 법안 제정 미뤄[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서울 광진구에 사는 주부 김모씨는 요즘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가 새학기 들어 반이 바뀌었는데 지난주 세 번이나 몸에 멍이 들어 집에 왔기 때문. 아이에게 물어보니 기억이 안 난다고 하고 보육 교사는 아이들끼리 장난치다가 그런 것 같다고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눈치가 보여 계속 교사에게 묻지도 못하고 며칠째 고민만 하고 있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영유아보육법이 지난 2월 국회에서 무산된 이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지난 17일 정부와 새누리당 아동학대근절특별위원회는 영유아보호법 개정안을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재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논란이 됐던 보육교사의 사생활보호와 관련해서는 "CCTV 또는 네트워크 카메라를 설치·관리하는 자는 영유아 및 보육 교육원 등 정보주체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당정이 어린이집CCTV 의무화 법안을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재논의키로 하면서 학부모들의 기대감은 다시 커지고 있다. 하지만 법이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지난 2월 국회에서도 이 법안이 통과될 것을 낙관했으나 결과는 재석 171명 가운데 찬성 83명(48.54%), 반대 42명(24.56%), 기권 46명(26.9%)으로 예상을 깨고 부결됐다. 유치원 원장들의 조직적인 행동이 있었고 '표'를 의식한 국회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실효성 높이기 위해선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해야 = 학부모들을 비롯한 국민 대다수의 정서는 제2, 제3의 인천 송도 어린이집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제대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카메라 도입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일반적으로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는 보육실 내를 촬영해 영상정보를 일정 기간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네트워크 카메라는 기본 기능은 일반 CCTV와 동일하지만 인터넷과 연결해 보호자 등이 PC나 스마트폰에서도 보육실 내 상황을 알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인천 어린이집 폭행 장면 / 사진제공=YTN 뉴스 캡쳐
이러한 효용성 때문에 복지위에서는 당초 일반적인 CCTV뿐 아니라 네트워크 카메라도 설치할 수 있도록 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지난 2월 법사위에서는 네트워크 카메라가 일반 폐쇄형 CCTV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보육 교사들의 사생활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를 들어 복지위 원안에 있던 네트워크 카메라 부분을 제외했다.하지만 학부모들과 전문가들은 어린이집 CCTV 설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반적인 CCTV는 보호자가 영상을 보기 위해서 어린이집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사고 예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네트워크 카메라는 보호자가 어린이집을 방문하지 않고도 영상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영유아보호법의 취지에 더욱 부합된다는 것이다.한 학부모는 "일반적인 CCTV는 아파트 관제실 등에 영상을 따로 보관하기 때문에 영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관리실을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관리가 허술할 경우 유출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이미 서울 시내 공공장소나 회사 건물 등에 이미 네트워크 카메라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어린이집에서만 보육교사의 인권을 이유로 설치를 반대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영유아가 학대받지 않을 권리는 생명권까지 연결되는 것이므로 영유아가 학대받지 않을 권리가 보육교사의 사생활의 자유 및 프라이버시권 등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라고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인권만 중요하고 말 못하는 아이들의 인권은 무시해도 좋다는 얘기냐"라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서는 보호자뿐만 아니라 보육교직원 전원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만 CC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해킹 및 유출 가능성 적어 = 법사위 소속 행정실 입법 조사관이 제출한 '영유아보육법일부개정 법률안 검토 보고'에 따르면 "네크워크 CCTV의 경우 폐쇄회로와 달리 실시간 정보를 전송하고 정보를 열람하면서 전송된 해킹 및 유출 가능성이 높아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안의 우려는 기술적, 법률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한 통신 전문가는 "네트워크 카메라는 사용자가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할 경우 접속 기록이 남아 누가 영상을 열람했는지 쉽게 알 수 있으며, 동시에 여러 기기에서 접속이 불가능한데다 로그인 시 문자(SMS)로 접속 사실을 알려줘 타인이 사용자 몰래 정보를 열람 및 유포하기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클라우드 서버와 PC, 휴대폰 등을 연결하는 통신망은 외부 인터넷망과 완전 분리돼 있는 폐쇄망이고 이동통신사가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원격 접속을 통한 외부 해킹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통신업계 관계자는 "네트워크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정보 열람 시 그 정보를 복사, 저장해 이를 유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며 "하위 법령으로 복사 방지 대책 마련과 관련한 규정을 두면 된다"고 설명했다.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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