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파괴 어두운 행동, 헌신으로 포장'…폭력정당화 극단주의, 정신병리현상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IS 대원들이 자신을 '순교자'로 여기고 일베 폭탄 테러 고교생이 자신을 '열사'라 여기듯이 식칼테러 김기종은 아마 자신을 '의사'로 여길 것이다."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5일 트위터를 통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피습한 김기종(55)씨의 행동에 일침을 가했다. 진 교수는 "완전한 자기 파괴의 어두운 행동을 대의를 향한 전적인 헌신으로 포장하고 싶어 하는 심리"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김씨는 변호인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황상현 변호사는 "김씨가 '미국에 경종을 울리려 한 것이지 대사 개인에게는 감정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자신의 행동을 한반도 안정을 위한 '상징적 테러'로 인식하고 있지만, 그런 모습이 폭력정당화 극단주의의 전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폭력행위로는 어떤 주의주장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특히 외교사절에 대한 공격은 양국 국민간의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폭력정당화 극단주의는 자신의 주장을 옳다고 단정한 뒤 행위는 정당한 결과를 위한 어쩔 수 없는 행동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일베' 회원인 고교생이 '종북 콘서트' 논란을 빚은 현장에서 '황산 테러'를 가했을 때 일부에서는 행위를 격려하며 변호사 선임비용을 위한 모금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극단적인 시각의 테러 행위는 물론이고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이들의 '우발적 폭력' 등이 계속되는 이유는 사회 현실을 반영하는 지표라는 시각도 있다.사회의 차별과 배제가 해소되지 않고 소외된 이들의 주장을 사회가 흡수하지 못하는 경직된 풍토가 이어질 경우 문제는 점점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사회에 충격을 주는 사건이 발생하면 강력한 처벌을 통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뒤따르지만 처벌 만능주위는 근원적인 문제해결책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자신의 대의명분을 강조하며 스스로를 감싸는 것은 하나의 정신병리 현상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런 식의 폭력이 확산될 우려도 있다. 중요한 신호로 여기고 사회현실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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