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케(danke)' 슈틸리케'

대표팀 맡은지 4개월, 엿이 꽃이 된 '2015 연금술'

울리 슈틸리케 감독(왼쪽)이 2015 호주 아시안컵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팬들의 환대를 받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이번엔 엿 대신 꽃다발이 날아들었다.축구대표팀이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준우승하고 귀국한 1일. 일요일 저녁 인천공항에 모여든 축구팬 1000여명이 비명을 지르듯 "슈틸리케!"를 외쳤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1·독일)은 대표팀을 맡은 지 4개월, 불과 열한 경기만에 한국 축구팬을 사로잡았다. 가히 '슈틸리케 신드롬'이다. 슈틸리케 감독을 소재로 패러디가 봇물처럼 쏟아진다. '다산 슈틸리케', '실학 축구'…. 신드롬은 '의리축구'에 멍들고 상처받은 한국 축구에 새 희망을 열어 보였다.◆ 미생(未生)에서 완생(完生)으로 = 팬들은 2007년 7월 핌 베어백(59·네덜란드) 감독 이후 7년 만에 다시 맞은 외국인 감독 시대에 사회 분위기를 투영했다. 원칙에 따른 선수선발과 실력 본위의 팀 운영을 원했다. 직장인 김성훈 씨(31)는 "공정한 잣대로 선수를 뽑고, 합리적으로 선발 명단을 작성하는 모습이 기존 지도자와 다르다고 느꼈다"고 했다. 팬들은 무명에 가깝던 이정협(24·상주)을 발굴해 낸 그의 안목을 믿는다. 슈틸리케 감독은 '적임자가 없다', '대안이 없다'는 상투적인 고민을 하지 않았다. 냉정한 검증과 결단으로 인재풀을 넓혀 원하는 인재를 찾아냈다. 그는 궁여지책이었다고 퇴로를 터 두기보다는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며 선수를 격려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이 정정당당함이 우리 사회를 열광시키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오른쪽)이 2015 호주 아시안컵 귀국 환영식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 경기력은 경쟁력 = 모든 관심이 1960년 이후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집중됐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좀 더 먼 곳을 바라보았다.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서 참혹한 실패를 경험하고, 아시아에서도 존재감을 잃은 데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곤두박질친 '중환자' 한국 축구로서는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처방은 오직 경기력 향상 뿐. 이를 위해 경쟁은 불가피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치열한 경쟁을 거쳐 살아남은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을 발탁해 골문 불안을 해소했다. 차두리(35ㆍ서울)·곽태휘(34·알 힐랄) 등 경쟁을 이겨낸 베테랑과 김진수(23·호펜하임)·김주영(27·상하이) 등 새얼굴들을 조합해 수비 조직력을 강화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데뷔경기였던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2014년 10월 10일·2-0 승) 전까지 열 경기에서 모두 점수를 내준 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는 준결승까지 다섯 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를 했다. ◆ 진심과 행동 = 호주와의 결승(1월 31일·시드니)에서 연장 접전 끝에 1-2로 진 대표팀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경기 후 인터뷰를 할 때, 슈틸리케 감독은 " 가슴속 깊이 우러나서 할 말이 있다"고 영어로 말한 뒤 안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냈다. 그리곤 한국어로 또박또박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라고 했다. 팬들은 열광했다. 조준헌 대한축구협회 홍보팀장(42)은 "라커룸에서 통역에게 부탁해 문구를 작성했다. 기자회견장에 가기 전에 여러 차례 발음을 교정하고 공들여 준비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할 수 있는 우리말은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 밖에 없다"고 했다. 늘 이런 식이다. 그는 언제나 진심이었고, 그것을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 결과 선수들의 생각과 마음이 열렸다.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곽태휘가 경기 도중 위치 이동을 자청하면서까지 승리를 위해 몰입하는 장면이야말로 아시안컵 은메달 못지않게 중요한 전리품이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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