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 새로운 30년을 향한 출발점에 서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2015년 새해를 시작한다. 걱정은 현실이고 기대는 의지다. 정치 리더십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깊고 경제의 앞날은 불투명하며 사회는 갈등의 파열음이 높다. 새해 경영환경을 '필사즉생(必死卽生)'으로 표현한 중소기업인이 가장 많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었다. '죽기를 각오하면 살 수 있다'는 이순신 장군의 좌우명을 가슴에 새기는 기업인의 비장함은 우리가 처한 현실의 거울이다. 어디 기업인뿐인가. 가계는 빚에 눌리고, 거리에는 젊은 실업자가 넘친다. 경제 엔진은 식어간다.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고통과 맞서며 희망의 불씨를 살려 낼 것인가. 2015년 대한민국호는 엄중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30-50클럽' 선진강국 대열에새해 첫날, 현실이 어렵더라도 오늘만은 희망을 앞세우자. 광복 70주년인 2015년 우리는 다시 한 단계 발돋움하며 새 역사를 쓸 것이다. 많은 경제연구기관은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서리라 예상한다.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의 '30-50 클럽'에 합류해 세계 7번째로 선진강국 대열에 오른다. 2차 세계대전 후 신생국 중 유일하게 민주화와 산업화를 함께 이룬 성취와 자긍을 드높이는 이정표가 아닐 수 없다. 2020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를 넘어서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는 보고서도 나왔다.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지 70년, 한일수교 50주년에 듣는 '일본 추월'의 예고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지면 수치는 상징일 뿐이다. 선진국 진입도, 일본 뛰어넘기도 국민이 체감하는 내실로 다가올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 한때의 선진국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사례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지속적인 성장과 신성장동력의 발굴이 중요한 이유다.박근혜정부 승부를 걸어라2015년은 박근혜정부에 각별한 뜻이 있다. 임기 5년의 반환점을 돈다.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는 해이기도 하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 국가개혁 과제를 밀어붙일 마지막 기회이자 성장의 불씨를 재점화할 골든타임이다. 해를 넘기면 집권 후반기로 치닫는다. 총선, 대선이 잇따른다. 시간을 허송하면 국정 추동력이 떨어져 개혁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저출산ㆍ고령화로 상징되는 인구구조의 변화는 거대한 블랙홀이다. 경제활동인구는 감소하고 노인인구는 급증한다. 재정은 적자인데 복지수요는 불어난다. 쇠락하는 국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나라 밖은 어떤가.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의 성장 둔화, 엔저를 앞세운 아베노믹스, 유럽과 신흥국의 경기부진, 초저유가 쇼크…. 지구촌 기상도에는 한국 경제를 압박하는 먹구름이 가득하다. 필사즉생, 난국을 돌파하자산적한 과제와 갈등을 풀어가야 할 정치권은 무력하다. 소통 부재의 대통령,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여당, 대안 없는 야당에 국민의 인내력은 바닥났다. 세월호 참사에 쏟아낸 약속과 다짐, 분노는 어디로 갔는가. 새해를 재도약의 시발점으로 만들려면 박 대통령부터 국정운영 방식을 일신해야 한다. 그의 강렬한 개혁의지는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그 개혁이 힘 받으려면 국민적 공감과 지지가 절대적이다. 귀를 활짝 열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라. 국정 시스템을 투명하게 바꿔라. 세상이 더 이상 '수첩인사'를 수군대지 않도록 인사를 쇄신하라. 박근혜정부의 성패는 소통과 인사에 달렸다. 구조개혁에 집중하겠다는 정부의 새해 경제구상은 적절하다. 개혁 없는 경기처방은 미봉책일 뿐이다. 정부가 내세운 공공, 노동, 교육, 금융 등 4대 부문 개혁은 하나같이 중요하다. 특히 갈등이 첨예한 노동개혁은 험한 길이 될 것이다. 전체를 보는 큰 눈과 역지사지로 노사정 대타협을 이루는 역사를 국민은 기대한다. 기업도 거듭나야 한다. 그동안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돈을 쌓아두거나 상속 구도의 완성 등 수성에 몰두했다. 안이한 수세적 경영이나 '땅콩 리턴'이 드러낸 제왕적 경영으로는 결코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기술의 빠른 혁신과 스마트한 소비자의 확산은 기업의 미래이자 최대 리스크가 되었다. 어려움에 맞서며 전진하는 힘은 용기다. 오늘은 한 해의 시작이자 광복 100년을 향한 새로운 30년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필사즉생의 용기로 2015년을 다시 일어서는 해로 만들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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