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 못하고 지저귐도 없어
▲암수 한 몸인 홍관조는 거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사진제공=Brian/Robert]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좌우 암수 한 몸인 홍관조가 거칠고 험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암수 한 몸인 홍관조는 아주 드물게 존재한다. 암수 한 몸이다 보니 수컷으로부터도 외면 받고 암컷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저귀지도 않고 홀로 외롭게 나무에 앉아 있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나무에 반은 붉은색, 반은 갈회색을 띤 새가 앉아 있다. 언뜻 보면 크리스마스의 장식품처럼 보인다. 움직임도 없고 지저귀는 소리도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새는 인공적으로 만든 장식품이 아니다. 살아있는 홍관조이다. 이 홍관조는 좌우 암수 한 몸을 갖고 있다. 암수 한 몸으로 태어나는 곤충과 갑각류, 새들은 자연에 존재한다. 이들의 삶은 어떻게 펼쳐질까. 이 같은 일은 생태계에서 드물게 일어나는데 현실에서 발생하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최근 북미에 살고 있는 아주 드문 암수 한 몸의 홍관조(Northern Cardinal)가 나타났다. 이와 관련된 보고서가 최근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구팀은 북서부 일리노이주에 살고 있는 암수 한 몸으로 태어난 홍관조를 2008년 12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약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자세히 관찰했다. 이 홍관조는 왼쪽으로 반은 아주 밝은 붉은 색깔의 수컷 깃털을 가지고 있었고 오른쪽의 반은 갈회색의 암컷 깃털을 가지고 있었다. 아주 가까이에서 관찰한 결과 연구팀들은 암수 한 몸의 홍관조가 다른 홍관조와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울음소리조차 내지 않는 것으로 파악했다. 다른 홍관조로부터 관심도 받지 못했다. 미국 과학매체인 뉴사이언티스트는 이 같은 연구팀의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반은 수컷이고 반은 암컷인 새는 거친 삶을 살고 있다(Half-male, half-female bird has a rough life)'고 보도해 눈길을 끈다. 이번 연구는 40일 이상 계속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어서 암수 한 몸인 홍관조의 생태계에 대한 자세한 삶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암수 한 몸인 홍관조가 어떻게 다른 새들과 어울리고 또 어떤 울음소리로 반응하느냐에 있었다. 결론적으로 암수 한 몸인 홍관조는 짝짓기를 전혀 하지 못했고 지저귀는 것조차 듣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웨스턴일리노이대학(Western Illinois University) 생물과학부의 브라이언(Brian D. Peer)과 로버트(Robert W. Motz) 박사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야생에 존재하고 있는 암수 한 몸 홍관조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진행된 적이 없었다. 그동안 나온 보고서가 있더라도 대부분 하루 동안 정도의 짧은 관찰결과가 전부였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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