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더미를 사용하던 골프티가 지금은 나무와 플라스틱까지 다양하게 발전했다.
골프용품 가운데 가장 중요하면서도 흔한 소모품이 바로 티(tee)다. 어느 재벌 회장이 아웃오브바운즈(OB)난 골프공은 안 찾지만 티 샷 후 티만은 꼭 찾기 위해 두리번거릴 정도로 남다른 애착을 가졌다는 일화도 있다. 티잉그라운드의 필수품이다. 미국에서 혼자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플레이를 하다가 티를 다 써버렸을 때가 있었다. 그 답답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최초의 티는 잔디와 흙을 클럽으로 뭉개 손으로 볼록하게 만든 흙더미, '파일(pile)'이었다. 로라 데이비스는 지금도 파4나 파5홀에서 3번 우드를 선택하면 티 대신 잔디를 아이언으로 찍어 작은 봉우리를 만들어 그 위에 공을 놓고 티 샷을 한다. 조금 더 발전한 티는 '샌드티(sand tee)'다. 모래와 물을 섞어 만든 삼각형 모양이다. 샌드티를 만들기 위해 모래를 넣고 다니는 휴대용 박스가 필요했고, 번거롭다 보니 나중에는 아예 각 홀 티잉그라운드에 티 박스(tee box)를 설치했다. 다음이 나무 티다. 공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무를 오려서 올려놓은 모양의 '그랜트 티(Grant tee)'가 고안됐다. 1899년 미국 하버드대 출신의 흑인 조지 그랜트(George Grant)라는 치과의사의 발명품이다. 상용화되지는 못했다.현대의 상업용 골프티(The first commercial golf tee)는 또 다른 미국 치과의사 윌리엄 로웰(William Lowell)이 개발했다. 1921년에 메이플우드골프장에서 만든 '레디 티(Reddy Tee)'다. 로웰은 1924년 다양한 종류의 티로 특허까지 받아 많은 돈을 벌었다. 처음에는 녹색이었지만 이후 눈에 잘 띄는 붉은색으로 바꿨다. 나무 티는 플라스틱 티로 발전했다. 모양과 재질도 각양각색이다. 기업의 광고홍보를 위해 로고를 집어넣어 제작하기도 하고, 일부 골프장에서는 로고를 사용해 회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한다. 골프규칙에서는 2004년부터 4인치(10.16cm) 이상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장타를 치기 위해 긴 티를 쓰는 골퍼가 아직도 많은데 규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야구선수 출신인 일본의 점보 오자키는 보통 티의 두 배 길이나 되는 티를 사용해 유명세를 탔다. 야구하듯 공을 갈겨 장타를 쳤다. 티의 재질로는 오동나무를 최고로 친다. 부러질 때의 소리가 시원해 기분을 고조시키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티는 견고해서 내구성은 좋지만 겨울철 등 딱딱한 지면에서 사용하면 언 땅에서 티가 빠져나오지 못해 클럽헤드에 깎여 맞는 경우가 있다.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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