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이혜영 기자] 정윤회씨가 청와대 실세 비서관들과 정기적으로 회동해왔다는 의혹이 사실상 '루머(소문)'에 불과하다는 쪽으로 검찰수사 결과가 모아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이 공개돼 파장을 일으켰으나, 정보의 제공자로 지목된 사람이 그런 사실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윤회+십상시' 회동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논란을 완전히 가라앉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씨가 또 다른 경로로 국정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회동 존재 여부와 별개 사안으로 수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특별 오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사진제공 : 청와대)
◆십상시 모임 '소문' 듣고 제보했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9일 박관천 경정(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과 지방국세청장 출신 박동렬씨, 김춘식 청와대 행정관의 3자 대질조사 진술내용을 분석 중이다. 박 경정은 청와대 문건을 작성한 당사자다. 박 경정은 '십상시 회동'의 존재를 박씨로부터 전해 듣고 문건을 작성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박씨는 자신이 전달한 내용 상당부분이 풍문에 불과하고, 김 행정관으로부터 들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경정이 직접 회동을 목격한 것도 아닐뿐더러 정보 제보자와도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 문건의 신빙성이 크게 떨어진 셈이다.일각에선 박씨에게 회동 사실을 알려준 사람은 김 행정관이 아닌 안봉근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안 비서관은 십상시 멤버 중 핵심인 '문고리권력 3인방' 중 한 명이다. 박씨와 안 비서관은 고향 선후배 사이로 자주 만남을 가졌다고 이날 한 언론이 보도했다.그러나 안 비서관은 이를 즉각 부인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박씨와) 단 한 번도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없다"는 안 비서관의 입장을 전했다.문건 작성자를 제외한 전달자 또는 제보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회동의 실체를 입증할 수 있는 사진이나 녹취 등 물증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검찰은 비밀회동이 아니더라도 정씨와 청와대 비서관들이 유선상 연락을 주고받았거나 별도의 모임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십상시로 거론된 인사들 중 일부가 실제로 정씨와 모임을 했다면 문건을 완전한 허위로 보기는 힘들다는 판단에서다.검찰 수사의 분수령은 10일 오전 정씨에 대한 조사가 될 전망이다. '회동의 실체는 없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검찰은 회동을 주도한 것으로 문건에 나와 있는 정씨를 통해 이를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정씨를 박 경정이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대질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침묵하는 유진룡…검찰수사 받을까= 상황을 정리하면 '비밀회동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런 소문이 여러 경로를 통해 박 경정에게 도달했고 이를 바탕으로 문건이 작성된 것'이란 게 지금까지 검찰수사 결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완벽하게 잠재우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씨가 '십상시'와의 회동이 아닌 다른 경로로 국정에 개입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고, 박근혜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인물이 이를 확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정씨 부부는 자신들의 딸이 승마 국가대표에 선발되도록 청와대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는데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그런 의혹이 사실에 가깝다는 발언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했다.정씨 부부와 관련된 체육계비리 보고서를 작성한 문체부 국ㆍ과장에 대해 박 대통령이 경질지시를 내렸고 이는 정씨의 국정개입 사례로 보인다는 의혹에 대해 유 전 장관은 "대충 정확한 정황 이야기"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사실을 즉각 부인했지만 유 전 장관의 재반박은 나오지 않고 있다.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씨와 십상시 멤버 등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이 공직자 인사에 비공식적으로 영향을 미쳤느냐를 따지게 될 검찰수사에서 유 전 장관이 어떤 증언을 내놓느냐에 따라 '정윤회 국정개입' 논란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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