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고모부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모든 직위를 박탈한 지 8일로 1년째를 맞이했다. 12일은 그가 처형당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김정은은 장성택을 처형한 이후에도 숙청을 이어가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거(死去) 3년째를 맞이하는 17일을 앞두고 김정은의 권력 집중이 가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장성택이 지난해 처형되기 전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 법정으로 끌려나오고 있다.
◆'장성택 잔재' 청산 계속된다= 장성택은 자본주의에 물든 '반혁명분자'라는 이유로 단죄됐다. 그에게는 반역과 매국행위, 부정부패 등 무려 20가지가 넘는 죄목이 씌워진 채 체포 나흘 만에 처형됐다.장성택이 처형되고 조카인 장용철 당시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 매형인 전용진 쿠바 대사, 박광철 스웨덴 대사, 홍영 유네스코 북한 대표부 부대표 등 측근들이 줄줄이 소환됐다.장성택 처형 1년이 지났지만 잔재 청산을 위한 피의 숙청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판단이다. 지난 8~10월 사이에 중앙과 지방의 간부 수십 명을 반혁명 종파분자, 개인비리 혐의로 처단했다.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1일 '김정은 정권 3년 평가와 2015년 남북관계 전망'이란 주제의 학술회의에서 지난 10월에만 장성택과 연계된 중앙과 지방의 당 간부 10여명이 강건군관학교에서 공개 총살됐다고 주장했다.당시 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장성택 숙청은 '여독 청산(장성택 라인을 뿌리째 뽑아내는)'이라고 불리며 지금까지 계속 진행 중이라면서 "김정은이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조성한 '공포 정치' 분위기를 향후 체제 강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정부는 그러나 김정은이 장성택 연관자를 제한적으로 처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즉 내부동요를 최소화하기 친인척 소환이나 행정부 부부장 등을 처형했고 내각에서는 일부 석탄금속 관련 인사를 교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경제 부분에서도 장성택 잔재 청산은 계속되고 있다. 장성택이 주도하던 평양 10만호 건설 사업은 2만호에 그쳤고 그나마 자금부족으로 중단됐다. 김정은은 이를 자기 선전, 전시사업으로 전환했다. 위성과학자주택지구, 평양육아원 등이 그것이다. 또 장성택의 개발정책과는 다른 6개의 새로운 경제개발구도 지난 6월 지정했다. 아울러 대동강타일공장과 승리윤활유 공장 등 건절자재 공장도 만들었다.장성택이 하던 외화벌이사업은 당과 군, 내각이 이권을 나눠 가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권의 일부를 군부에 주는 식으로 충성심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 있는 북한 회사의 이름이 바뀌고 사장이 바뀌며, 군부와 당의 인사들이 오가는 것은 이권분할이 진행 중이라는 증거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정부 "김정은 권력 체제 강화됐다"= 장성택과 그의 측근들이 사라진 자리는 새로운 실세들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총정치국장에 이어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른 최룡해가 명실상부한 권력의 2인자가 돼 대내외에서 김정은을 밀착 보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황병서와 김원홍, 김양건 등 장성택 처형을 결의한 이른바 '삼지연 모임' 참석자들도 권력 핵심으로 부상했다.김경희가 사라진 '백두혈통'의 공백은 노동당 부부장에 오른 여동생 김여정이 메우고 있다. 김여정은 최근 노동당 부부장(차관급)으로 최근 확인됐다. 그의 소속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통일부는 선전선동부 소속으로 추정하고 있는 반면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박사는 조직지도부 소속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정은은 40여일간 잠행한 이후 김여정과 최룡해 등 빨치산 기층 계층을 기용하면서 인적개편을 단행하고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국가보위부 위상을 강화한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김정은은 황병서를 총정치국장에 임명해 조직지도부를 강화했으며, 군 수뇌부를 수시로 교체하고 18명을 강등하는 한편 육해공군 훈련 현장점검을 강화해 군부 장악력을 키웠다.우상화도 강화됐다. 김정은 이름 앞에 '위대한'이라는 표현이 들어갔고 기층조직을 활용한 행사가 많아졌다. 지난 3년간 38번의 행사 중 10번이 올해 이뤄졌다.정부 관계자는 "장성택 처형 1년은 단기로는 김정은 권력이 강화됐다고 판단한다"면서 "그러나 기존 권력기관들이 강화됨으로써 김정은 권력을 뒷받침할지, 역작용을 일으킬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북중관계 냉각이 김정은의 숙제= 중국과 북한 관계는 장성택 처형 이후 가장 크게 변한 부분이다. 우선 정치분야에서 김정일과 후진타오 시절에서는 1년에 45회의 교류가 있었지만 지금은 3분의 1로 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 측 6자회담 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방북 이외에는 정치교류는 없다. 군사교류는 아예 없다.안보 부처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핵개발에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한반도배치를 추진하면서 중국이 안보이익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인식해 북한을 압박하고 있지만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함으로써 양국 관계가 냉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양국 간 경제관계도 급랭됐다. 교역은 큰 프로젝트 없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북한 경제회생에 필요한 중국 기업의 투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다. 무역결제를 루블화로 하거나 철도 복구사업에 합의했다. 김정은은 최룡해를 특사로 러시아에 보내 경협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러시아로 중국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북한 압박으로 외교고립은 심화되고 있다. 유엔(UN) 제3위원회는 북한 인권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유엔 총회가 이를 채택할 예정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북한 인권상황을 의제화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북한에 대한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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