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사랑한 자옥아…공주는 외롭지 않았다

故 김자옥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40대 중반의 나이에 드레스를 입고 나와 '공주는 외롭다'며 대한민국에 '공주병' 신드롬을 일으킨 사람. 본인이 '공주'라고 외치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사람. 작고 아담한 체구, 귀엽고 사랑스러운 미소로 '만년 소녀'로 불리던 사람. 배우 김자옥이 16일 별세했다. 향년 63세.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김자옥은 1951년 부산에서 고등학교 음악교사로 재직하던 김상화씨의 2남5녀 중 3녀로 태어났다. 아버지 김상화는 시인이었다. 부친은 '자옥이'라는 시를 쓸 만큼 딸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다. 그는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애인이면 딱 좋을 사람이지만 남편으로는 빵점이다" "아버지가 나를 많이 아꼈다. '자옥이'라는 시까지 있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낭랑한 목소리의 소유자인 김자옥은 성우 출신이었다. 어린 시절 CBS 기독교방송의 어린이 전속 성우로 활동했다. 연기를 시작한 후에도 성우를 겸업했던 그는 1974년 MBC 라디오 드라마 '사랑의 계절'로 한국방송대상 성우상을 받았다.연기에 발을 들인 건 중학교 때였다. 그는 배화여자중학교 재학 중 TBC 드라마 '우리집 5남매' 출연을 거쳐 1970년 MBC 2기 공채 탤런트로 정식 데뷔한다. 배우 생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김자옥은 1975년 드라마 '수선화'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영화 '보통여자' 'O양의 아파트' '영아의 고백' '지붕 위의 남자' '상처' 등을 통해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최우수연기상, 아시아영화제 우수배우상 등을 잇달아 거머쥐었다. '모래 위의 욕망' '사랑과 진실' '지붕뚫고 하이킥' '오작교 형제들' 등의 드라마를 통해 대중에게 사랑받았다.인기가 정점에 달했을 무렵, 1980년 가수 최백호와 결혼하면서 잠시 연예계를 떠났지만 2년 후 KBS 드라마 '사랑의 조건'으로 복귀했다. 최백호와는 이듬해 성격 차를 이유로 헤어졌다. 이별의 아픔을 딛고 1년 뒤 그룹 '금과 은'의 보컬 가수 오승근과 재혼했다. 어렵게 부부연을 맺은 두 사람은 이후 잉꼬부부로 만인의 부러움을 샀다.백옥 피부와 소녀풍의 외모 때문에 다양한 배역을 소화할 수 있을까란 주변의 우려를 씻어내고 그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분했다. 딸이자 누나였고 어머니이자 연인이었다.청순과 비련, 코믹과 따뜻함의 이미지를 넘나들던 김자옥은 1996년 다시 한번 '변신'을 시도한다. 가수 태진아의 권유로 '공주는 외로워'란 음반을 내고 가수로 데뷔한 것. 이 음반은 60여만장이 팔렸다.그의 삶에 비보가 날아든 건 2008년이었다. 건강검진 도중 대장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곧바로 치른 수술이 다행히 경과가 좋아 3주 후 드라마 촬영장에 복귀했다. 당시 그는 "건강을 자신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면서 "암 수술 받고 나니 삶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암세포가 폐로 전이되면서 병원에서 투병해온 사실이 알려졌다.병마에 시달릴 때도 음악의 리듬처럼 생기 있고 발랄한 모습을 잃지 않았던 그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영영 떠났다. 그는 '공주라서 외롭다'고 했지만 그의 빈소를 찾는 애도의 물결은 그의 삶이 결코 외롭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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