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SNS는 비엔나 카페다

과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사실보다 감성에 치우친 자극적인 비판과 독설, 조롱과 패러디가 많이 오갔다. 실효성이 의문인 강경한 주장이 정치ㆍ사회적인 성향이 같은 사람들에게 갈채를 받았다. 또 맛있는 음식을 맛보고, 공연을 즐기고, 멋진 곳에 놀러갔다고 자랑하는 내용이 많았다.  지난 4월1일 뒤늦게 SNS에 가입해 드나들면서 이런 선입견을 확인하게 됐다. 한국 사회의 갈등의 골이 SNS를 통해 더 깊고 넓게 파인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예상한 바는 예상한 대로 받아들이면서 나는 SNS를 주로 정보와 지식을 나누는 장(場)으로 활용했다. 이런 관심의 연장선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 작성하거나 전하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SNS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정보와 지식, 식견의 세계가 있었다. 인간도처유상수(人間到處有上手)라는, '곳곳에 뛰어난 사람이 있다'는 말을 종종 떠올리게 됐다. 그리고 그렇게 각 영역에서 경지에 이르렀거나 영역을 넘나들며 아우르는 분들에게 감탄하고 배우게 됐다.  나는 SNS가 열린 카페라고 상상한다. 이 카페에서는 누구나 관심 분야 전문가들의 얘기에 귀 기울일 수 있고 제 영역에서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들려줄 수 있다.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서로, 혹은 다른 분야 사람들과 활발히 교류하는 장소는 창조의 원천이 된다.  20세기 전환기 비엔나의 카페가 그런 장이었다. 음악과 미술, 건축, 문학, 철학, 정신의학이 비엔나 카페에서 꽃피었다. 몇몇 대가만 거명하면 음악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구스타프 말러, 화가는 구스타프 클림트, 철학은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정신의학은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이다.  비엔나의 예술가들과 사상가들은 카페에서 교류하면서 각자의 정체성과 사고를 확장해 나갔다. 비엔나의 학예연구사 크리스티안 브란트슈태터는 책 '비엔나 1900'에서 "1900년 비엔나에 카페 약 600개가 있었다"고 전한다. 브란트슈태터는 "비엔나에서 카페 문화는 세기전환기의 예술적ㆍ지적 삶에 필수적인 요소였다"며 "그곳에서 문학사조가 탄생하고 소멸했으며, 정치와 과학이 논의됐고 새로운 양식의 회화ㆍ음악ㆍ건축이 태동했다"고 들려준다.  SNS는 우리 사회에서 지식과 견해를 나누는 가상 카페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교류가 창조는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가 점차 성숙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기대한다. 백우진 국제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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