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선진국에서 배우다] 독일, 과학적 할인·할증제도가 안전운전 유도했다

60년간 체계화된 할인할증 시스템…등급 세분화, 안전운전할수록 혜택 커져

<b/>우리나라 보험산업이 저성장 늪에 빠졌다.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고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보험산업이 지속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험회사와 고객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를 도입ㆍ정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험산업의 선진국인 독일과 일본의 제도 운영 사례를 현지에서 밀착취재해 현재 우리나라 보험산업이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노하우를 소개한다.

독일보험협회(GDV) 관계자들이 선진화된 자동차 할인할증 제도 운영관리 노하우 등을 소개하고 있다.

[베를린(독일)=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사고 건수에 따라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할증하는 제도는 사고를 낸 운전자를 징벌하려는 것이 아니라 안전운전을 할수록 혜택을 많이 제공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독일 자동차보험에 가입된 승용차 중 7%가 자동차 할인 등급의 가장 상위 단계인 35등급에 속해 있다는 것은 할인할증 제도가 잘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최근 독일 베를린 소재 독일보험협회(GDV)에서 만난 데비 호프만 자동차보험ㆍ차량기술ㆍ통계 매니저는 60년 전 처음으로 도입된 자동차 할인할증 제도가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호프만 매니저는 "할인할증 제도의 초기등급에서는 사고를 안냈을 때 단계별 할인폭이 크고 사고를 냈을 때는 단계별 할증폭이 크다"며 "이러한 시스템은 특히 자동차 운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안전운전 습관을 기르도록 유인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료 할인을 받는 등급들에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이 골고루 모여 있다는 점이 그동안 운전자들이 안전운전을 잘 해왔고 할인ㆍ할증 제도가 잘 구축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현재 독일 자동차보험 표준 할인할증 제도는 3개(M, 0, S)의 할증등급과 36개(0.5~35)의 할인등급으로 구분돼 있다. 운전자 사고 위험요인(Risk factor)을 지수화해 이를 기반으로 등급을 나누고 보험료 할인할증을 산출한 표를 기준으로 한다. 자동차보험에 처음 가입했을 경우 0등급이 기본등급이다. 과거 1년간 사고건수에 따라 할인할증에 대한 평가를 하는데 무사고시 할인등급이 1등급씩 올라가게 된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사고건수(청구 기준)에 따라 등급표에 의해 할인할증 등급으로 이동하게 된다.이 할인할증 제도는 초기등급에서는 위험요인별 폭이 크고 그 차이만큼 자동차보험 가입고객이 내야 하는 보험료 차이도 커지지만 상위등급으로 갈수록 그 차이가 줄어드는 방식이다. 초보운전자들은 안전운전을 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점차 상위등급으로 올라가게 된다. 상위등급에 올라갔을 경우에도 사고를 내지 않기 위해 안전운전을 한다. 사고를 내면 할인등급이 많이 떨어져 혜택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이러한 시스템을 갖춘 독일 자동차보험 표준 할인할증 제도는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독일 자동차보험에 가입된 승용차 1400만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2012년 기준)에 따르면 최고 할인등급인 35등급에 7%가 모여 있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0.5에서 34등급까지 할인등급에는 1~4% 사이에 골고루 분포돼 있었다. 할증등급에 있는 승용차는 1% 미만이었다. 또 표준 할인할증 등급과 위험요인의 상관관계를 예상해 분석한 그래프에 따르면 할인등급이 올라갈수록 위험요인이 일정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독일보험협회(GDV).

특히 21개 보험사들이 실제로 각사별 자동차보험 가입고객들을 대상으로 등급별 위험요인을 조사한 결과 앞서 표준 할인할증 등급과 위험요인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그래프와 매우 유사한 곡선을 나타냈다. 이는 표준 할인할증 등급 체계가 실제 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가입 고객들의 위험요인 등을 잘 반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GDV가 주축이 된 위원회에서 만든 이같은 자동차보험 표준 할인할증 제도를 독일 보험회사들의 대부분이 기준 모델로 사용한다. 이 할인할증표를 도입하고 사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업계의 자율이다. 보험사별로 등급과 할인할증 비율을 다르게 정할 수도 있다. 친탄 판디아 알리안츠그룹 마켓매니지먼트 매니저는 "보험사들은 차종, 거주지, 직업, 연간 마일리지, 차사고 유무 등 크게 5가지 분류요소를 기본으로 보험료 할인할증 비율을 정한다"며 "이 외에 다른 요소를 추가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거주지나 직업 등 안에서도 내부적으로 나뉘는 고유의 기준이 다양하게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자동차보험 표준 할인할증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된 이유 중 하나는 오랜 기간에 걸쳐 현실에 맞게 계속 진화돼 왔기 때문이다. 독일은 1954년에 할인할증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에는 보험사를 바꾸지 않고 2년 동안 자동차 사고에 대한 청구를 한번도 안하면 보험료를 10% 할인받는 방식이었다. 3년간 청구를 안하면 20%로 할인율이 늘어났다. 이후 62년부터 등급별로 할인할증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식을 도입해 운영했고 갈수록 위험요인이 늘어남에 따라 점차 등급을 세분화해 나갔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12년에 현재 운영되고 있는 표준 할인할증 체계가 완성됐다. 독일은 자동차보험 할인할증 제도 운영상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상황들에 대한 시스템도 잘 구축해 보험사는 물론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보험사를 바꾸면서 이전 이력을 속이고 좋은 등급을 받으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GDV의 중앙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보험사들은 GDV를 통해 이전 보험사에 어떤 등급을 받았는지, 사고 보험금을 청구한 적이 있는지 등의 과련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등급을 부여한다. 자동차를 추가를 구입하면 그 차는 처음 보험에 가입한 차와 똑같은 등급을 받을 수 없다. 그 차는 본인이 아닌 가족 등이 운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입자의 가족 구성원 모두가 25세 이상이면 조금 더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 또 운전면허를 따 놓고 일정기간 동안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던 고객이 보험에 가입할 경우 일종의 우대 혜택을 준다. 독일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자동차보험 가입 고객인 로니 바샤우 씨는 "운전면허를 취득한지 3년이 지난 뒤 자동차를 구입하고 보험에 가입했는데 등급 우대를 받았다"며 "최초 가입시점에서 운전면허를 3년 이상 보유했다면 경력이 있는 운전자로 판단해 할인등급인 0.5등급을 부여하는 제도가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기준 독일 보험회사의 원수보험료는 1870억 유로(한화 약 251조원)에 달한다. 이 중 손해보험사의 원수보험료는 606억 유로(한화 약 81조4100억원) 수준이다. 손보사 원수보험료 가운데 자동차보험료가 230억 유로(한화 약 30조9000억원)로 가장 많다. 베를린(독일)= 김대섭 기자 joas1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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