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직 사퇴(종합)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2일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헌정 사상 첫 여성 교섭단체 원내대표로 선출된 지 약 5개월 만이다.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8시30분쯤 당 소속 전체 의원에게 이메일 서한을 보내 "원내대표직, 그 짐을 내려놓으려 한다"며 "'책임'이라는 단어에 묶여 소신도 체면도 자존심도 다 버리고 걸어온 힘든 시간이었다"고 운을 뗐다.그는 "세월호 비극의 한복판(의 시기)에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순간부터 예감했던 일인지도 모른다"면서 "다행이라 여기는 것은 유가족분들에게는 매우 미흡하지만 작은 매듭이라도 짓고 떠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5월8일 의원총회에서 첫 여성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곧이어 7·30 재보궐 선거 참패로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하면서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맡았다. 사실상 당 중앙조직이 전무한 상태에서 '박영선 1인 체제'로 당을 이끌어 온 것이다. 그러나 두 번의 세월호특별법 여야 협상이 좌초되고,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던 시도가 당내 극심한 반발에 직면해 무산되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이 일로 박 원내대표는 사흘 동안 잠적한 뒤 탈당 의사를 내비쳐 파문을 일으켰다. 결국 당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에서 '세월호특별법 수습을 위한 마지막 노력을 한 뒤 그 결과와 관계없이 사퇴한다'는 항목이 다수의 찬성을 얻으면서 당무에 복귀했다. 불과 10여일 전 일이다.
박 원내대표는 "협상 과정에서 제가 받은 비난들 중 상당 부분에 대해 드릴 말씀도 많지만 그저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한다"면서도 "직업적 당 대표를 위해서라면 그 배의 평형수라도 빼버릴 것 같은 움직임과 일부 극단적 주장이 요동치고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런 일이 반복되는 한 지금 우리 당이 겪고 있는 고통은 치유되기 힘들다는 것을 어렵사리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특별법을 '세상에서 가장 슬픈 법'이라고 칭하며 "이름만 법일 뿐,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보내는 가슴 아픈 편지 같은 이런 법을 만드는 일은 이제 더는 없어야 한다"면서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폭풍의 언덕에서 힘들어할 때 격려해주신 많은 동료 의원들, 힘내라고 성원해 준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원내대표로서의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이날 박 원내대표의 사퇴로 새정치연합은 정기국회 기간 중에 원내대표단이 자리를 비우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이에 문희상 위원장을 비롯한 새정치연합 비대위는 원내대표 인선 문제를 긴급히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위원장은 "모든 정치인의 본질은 본인의 결단이라 생각한다"며 사실상 박 원내대표의 사퇴를 적극 만류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한편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새정치연합의 일이기에 말하기 곤란하다"면서도 "이 문제(세월호특별법)가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데 고생하신 분이 가고 새로 오신분과 손발을 맞추려고 하니 걱정된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앞서 이 원내대표는 "모든 합의가 지켜지고 법을 제정하려면 10월 말까지 박 원내대표와 계속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새정치연합 비대위원들에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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