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포럼]사회와 호흡하는 기술영향평가

이상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편의성과 생산성 향상은 기술낙관주의와 기술결정론에 힘을 실어주었으나 제2차세계대전 이후 원자폭탄 폐해에 대한 악몽 같은 경험은 인류에게 과학기술의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 이에 새로운 기술이 미래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고찰하여 과학기술 정책에 반영하고 연구개발 방향을 결정하려는 노력들이 이루어졌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술영향평가다.  기술영향평가란 현재 개발되고 있거나 향후 개발하려는 과학기술의 도입과 활용이 가져올 경제ㆍ사회ㆍ문화ㆍ정치ㆍ환경적 영향들을 체계적으로 판별ㆍ분석ㆍ평가하는 활동을 일컫는다. 국가마다 도입 의도가 다양하지만 보편적인 기술영향평가의 목적은 활용에 따라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과학기술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응하고 긍정적인 측면을 활성화함으로써 과학기술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것에 있다. 1970년대 초 미국을 중심으로 생겨났으며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들에서도 의회, 행정부, 혹은 복합조직 형태로 제도화되어 활발히 추진 중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미래창조과학부)의 위탁을 받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2003년부터 기술영향평가를 수행해 오고 있다. 10여년 이상 폐부를 찌르는 다양한 지적사항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독립적, 중립적, 전문적 추진체계 및 방법론을 개선해 온 결과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에 기술영향평가 제도를 정립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2010년에는 관련 법적 근거를 강화해 2011년부터 매년 추진하고 있다. 현행 기술영향평가는 독립성, 중립성,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평가대상기술 분야의 과학기술, 사회과학 및 시민단체 추천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영향평가위원회'와 인구통계학적 선정기준에 따라 고르게 선정된 시민패널로 구성된 '시민포럼'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일반 국민 및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다양한 시각의 의견을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수렴하기 위해 온라인 창구도 운영중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역량에 있어 선진국 추격형에서 혁신적 기술선도형으로 전환하는 단계에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매우 중요하고 절실한 고민은 '어떻게 하면 사회구성원이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혜택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느냐'일 것이다. 이는 산업 및 경제발전 위주의 과학기술개발에 몰두하여 성공을 거둔 한국의 과학기술개발 전략을 이제는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창조경제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걸 역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술영향평가는 기술발전이 사회에 가져올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고 진단하여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영향을 최대화하는 대응방안을 제시함으로써 기술변화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려는 노력이다. 또한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민주적 참여와 사회적 통제라는 의미를 되새겨 볼 때 위에서 제시한 고민에 딱 들어맞는 제도다.  우리나라의 기술영향평가는 이러한 고민을 담보하는 '담론적 모델(여론형성)'과 '도구적 모델(방안도출)'을 병행하는 이원체제를 통해 각각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단시간에 구축된 혼합추진체제이다. 대중의 무관심과 관련 이해당사자들에게 홀대받던 기술영향평가가 융합과 창조경제를 화두로 한 이 시대에 우리나라에서 싹을 틔우고 건강하게 뿌리내리고 있음에 새삼 감사할 따름이다.  그 필요성과 중요성에 주목하여 진화시켜 온 우리만의 독특한 기술영향평가 산물들이 기술개발정책 수립 및 연구개발 기획과정에서 적극 활용되어 우리 모두의 삶속에서 체감될 때 사회와 호흡하는 기술영향평가 정립에 대한 선견지명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이상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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