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들', 종이에 채색, 106.5×122cm, 1964
누드 크로키 작품, 종이에 사인펜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기증작품 반환요구로 논란이 돼온 서울시립미술관의 천경자 상설전이 작가의 색다른 모습을 조명하는 기획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일 년에 작품 1~2점을 바꿔왔던 것에서 이번엔 총 24점을 교체했고 최근 몇 년간 볼 수 없었던 30여점의 미공개 작품이 등장했다. 전시 제목은 '영원한 나르시스트, 천경자'다. 이는 꿈과 환상에서 비롯된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그림에 투영하는, '거울'과 같은 천 화백의 작품세계를 은유하고 있다. 13일 서울시립미술관 관계자는 "그동안 작품의 보존, 관리를 위해 해마다 한 두 점씩 작품을 교체해 왔다. 이번엔 시민들에게 천 화백의 훌륭한 작품들을 더 많이 선보이고 작가의 여러 면모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테마로 기획해 전시를 준비해 봤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작인 '생태'(1951)를 비롯해, '여인들'(1964), '바다의 찬가'(1965), '황혼의 통곡'(1995) 등 최근 몇 년 동안 전시장에 걸리지 않았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구성은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 ▲환상의 드라마 ▲드로잉 ▲자유로운 여자 등 네 개의 섹션으로 나눠진다. 특히 ‘드로잉’ 섹션은 채색화가로 잘 알려져 있는 천경자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자유로운 여자’에서는 다수의 수필집을 출간한 문학예술인 천경자의 출판물을 소개하고 있다. 책의 일부 내용을 발췌해 작가의 삶과 예술관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자화상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1977)와 해외여행지에서 본 이국 여인의 모습을 그린 '자마이카의 여인곡예사'(1989)와 같은 작품으로 구성된 섹션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에는 작가가 결코 벗어날 수 없었던 “숙명적인 여인의 한”이 서린 다양한 모습의 여인들이 자리한다. “그것이 사람의 모습이거나 동식물로 표현되거나 상관없이, 그림은 나의 분신”이라고 말했던 천 화백의 작품들 안에는 작가의 인생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1998년 한국 화단의 대표적인 작가 천경자 화백(1924년~ )은 시민과 후학들이 자신의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60여년에 걸쳐 제작한 작품 93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천 화백의 딸 이 모씨가 전부 반환을 요구해 온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을 빚은바 있다. 또한 지난 10년 이상 천 화백의 기증 작품은 외부 대여나 작품 배치 등에 대해 천 화백의 대리인인 이씨가 기증협약내용을 이유로 협조하지 않아 다양한 기획에는 한계가 있었다. 미술관 관계자는 "반환 요구 등으로 빚어진 여러 갈등은 작품 소유권이 있는 서울시의 몫이어서 미술관에서 개입할만한 부분은 크지 않다"며 "다만 미술관의 역할은 천 화백의 작품 기증이 지닌 참뜻을 살려 작품을 잘 관리하고 전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 화백은 기증 당시 "내 그림들이 흩어지지 않고 시민들에게 영원히 남겨지길 바란다"는 얘기한 바 있다.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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