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중국은 집단안보체제와 장기 임기를 바탕으로 예측 가능한 외교정책을 펴왔다.임기 4년에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극단의 대립을 보이는 미국보다는 더 예측 가능하고 일관성이 있으며,ㅔ 안정된 외교 정책을 펼친다.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에 대응해 '서진전략'을 펴면서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유럽 등지에 교두보를 마련했다.동시에 중국은 미국과 동맹국의 봉쇄선을 뚫고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한 지난한 노력을 펼쳤다. 지난 수십 년의 노력의 결과 중국은 이제 미국 다음가는 세계 강국으로 부상했다. 이제 중국 앞에 던져지는 물음은 중국은 과연 어떤 국가를 지향하는 가이다. 과거 다른 나라를 위압하는 패권국이 될 것인가 아니면 많은 나라들이 동맹국으로 참여하는 미국과 같은 나라가 될 것인가는 중국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
◆집단지도체제 중국이 낳은 일관된 외교정책=마카우대 정부행정학과 딩딩천 조교수는 지난달 15일 외교안보 매체 ‘더 디플로맷’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의 국내 시스템은 강하지만 일부 핵심인사나 이익집단이 지나치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생기는 분열과 팽창주의 문제를 갖고 있으며 미국식 민주주의를 강요한다고 일갈했다.그러면서 그는 중국의 외교정책을 호평했다. 한마디로 일관성 있으며 장기 비전을 갖고 있고 강력한 지도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중국의 부상은 중국 외교정책 시스템이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제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지만 정치분야는 상대적으로 냉랭한 이른바 ‘정랭경열(政冷經熱)의 관계를 유지하다 상호 방문을 통해 정치분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정열경열(정열경열)의 단계로 바꾸고 있다.수교 이후 22년 만에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교역규모가 2300억달러에 이르고,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상호 방문이 이뤄지는 한중 관계 발전은 단적인 예이다.외교 정책과 그것을 나타내는 사자성어도 집단체제의 산물임은 부인하기 어렵다.중국을 건국한 마오쩌둥은 강대국의 간섭을 우려해 패권이라고 칭하지 말라는 불칭패를 내걸었다. 그의 뒤를 이은 덩샤오핑 전 국가주석 시대 정책의 화두는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뜻)’ 였다.
불칭패를 주창한 마오쩌둥
장쩌민 주석 시대에는 ‘유소작위(有所作爲.해야 할 일은 적극 한다)’, 후진타오 주석 시대에는 ‘화평굴기(和平堀起, 평화롭게 우뚝선다)’였으며 시진핑 시대에는 '대국굴기(大國堀起. 큰 나라로 우뚝 선다)'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덩샤오핑
화평굴기론은 2003년 10월 당시 공산당 중앙당교 상무부교장이었던 정비젠(鄭必堅) 교수의 입을 통해 보아오포럼에서 첫 제안된 후 같은 해 12월 10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미 하버드대 강연에서, 그리고 후 주석이 12월 26일 마오쩌둥(毛澤東) 탄생 110주년 기념대회에서 이 개념을 제시하면서 후 주석 시대의 상징어가 되는 등 오랜 숙성 기간을 거쳤다.
장쩌민
2012년 10월 제18차 당 대회에서 마오쩌둥(毛澤東)→덩샤오핑(鄧小平)→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잇는 제5세대 지도자로 등극한 시진핑의 정책노선인 '신형대국론'도 그 혼자만 착안한 것은 아니다.전임 후진타오 주석 때부터 노심초사해 만든 것이다.
후진타오
대국굴기나 신형대국관계론 역시 마찬 가지다. 후진타오 주석은 그의 임기 말 중국의 국력 상승에 부응하는 국가전략의 부재를 지적하면서 구체적 전략을 입안하고 이를 바탕으로 21세기 중국의 대외전략을 추진해나갈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내부 논의 과정을 거쳐서 중국은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라는 새로운 국가전략이다. 후진타오 주석 말기에 이 주장을 제기했고 시진핑 주석 등장후 이 전략은 중국의 본격적인 국가전략으로 자리매김했다.2011년 1월 후진타오 방미 중 발표된 미중공동선언은 “양국의 공동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21세기의 기회와 도전에 대처해 나가기 위해서 상호 존중과 이익에 기초한 ‘협력적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데 서로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후진타오는 이어 2012년 5월 개최된 제4차 미중전략경제대화에서 새로운 강대국 관계가 미국과 중국에 의해 공동으로 발전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신형대국관계’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면서 이 전략을 구체화했다. 그 직전 2012년 2월 국가 부주석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은 ‘신형대국관계’라는 용어를 언급하면서 중국이 바라보는 이 전략의 구체적 내용을 제시했다. 2013년 초 국가주석으로 취임한 시진핑과 총리가 된 리커창 등 중국의 고위 관리들은 모두 공개적으로 신형대국관계 전략을 언급했다. 시진핑은 2012년 2월 워싱턴을 방만훈 시진핑은 서로의 ‘핵심이익(core interest)’을 존중하는 것이 신형대국관계 형성의 출발점이며, 호혜적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고 국제문제와 글로벌 이슈들에 관해서 협력체제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신형대국관계의 또 다른 중요한 내용임을 강조했다.시진핑은 주석 취임 이후 가진 2013년 5말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신형대국관계를 오바마에게 직접 설명하고 양국이 새로운 대국관계를 형성해 나가기로 합의했다.시진핑은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국가주석직에 올랐지만 1인 독재가 아닌 권력분점의 집단지도체제는 유지하고 있다. 비록 시진핑 주석이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주석직을 맡고 있지만 행정부 수반인 국무원은 리커창 총리가, 최고의 헌법기구로 의결기관인 전국인민대표회의는 장더장 위원장이, 그리고 범국가 자문기관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은 위정성 주석이 맡고 각각 맡고 있다.◆중국은 21세기 패권국가가 될 것인가?=중국이 21세기 자국 전략을 ‘신형’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구형’의 대국관계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는 반성에서 출발한다.구형대국관계의 전형적인 예가 미소냉전대결이다. 냉전은 미국과 소련 사이에 진행된 패권전쟁의 다른 표현이었다. 중국의 전략은 중국의 국력 부상과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중국이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구체적 전략을 제시하고 미국을 설득하려고 한다는 데 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중국이 현재 보이는 모습은 패권국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자국 영토 침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미국과 일본,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누차 밝혀놓았다. 중국의 야심과 힘, 영향력이 커져 기존 강대국의 이해관계와 충돌하고 있는 형국이다. 청완취안 중국인민해방군 국방장관은 지난 4월 척 헤이글 미국 국방 장관에게 영유권 분쟁이 고조되는 것과 관련해 “중국은 국가의 영토주권을 위한 싸움에서는 아무런 타협과 양보,거래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군은 소집즉시 집결해 전투해 승리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이는 21세기가 중국에 요구하는 국가상과는 거리가 멀다.◆아시아 제국 포용이 중국 외교 정책의 과제=중국은 그렇다면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처럼 처신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류의 글로벌 패권국이 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과거 패권국가처럼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총검 등 무력으로 미국에 버금가는 패권국가를 노리는 중국
중국의 지도자들은 아직까지 ‘패권(헤게모니)’을 이에 올리지는 않는다.그렇지만 실제 행동은 과거 역사에서 강대국 반열에 오른 국가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보듯이 자국 주변의 육해공 어디든 선을 긋고 국경을 확장하면서 다른 나라들이 따르도록 강요하고 있다.중국은 신장지구 테러에 대한 조치가 보여주듯 중국에서 벗어나는 국가를 탄압하고 있다. 미국은 동맹에서 나가는 나라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중국은 이런 미국이 못 마땅하다. 중국의 장성들 가운데는 “미국의 전진배치와 동맹은 중국의 미래 성장과 역내 목표를 제약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동맹을 ‘냉전의 유물’이라며 역내의 자연스런 세력균형을 복원하기 위해 해체돼야 한다고 비판한다. 중국인들은 미국이 돌이킬 수 없는 쇠퇴기에 있으며 중국이 강해지만 만큼 약해질 것이라고 여긴다. 문제는 아시아 역내 국가들이 미국 헤게모니를 중국 헤게모니로 대체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중국과 가진 관계에서 득을 보길 원하지 중국이나 중국의 정책 대안의 지배받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아시아 근대화 이전, 중국 중심의 조공제도를 복원하고 싶은 중국의 마음이야 굴뚝 같겠지만 시계바퀴를 뒤로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국이 광범위한 국력을 확보하면 다른 나라들이 순종할 줄 알았지만 아니라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아시아 역내에서 중국이 실현하고자 하는 야심과 중국의 최고지위에 반하는 지정학 간의 차이나 단절은 중국이 말하는 소위 ‘중국 견제요소’라고 한다.부상하는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장래 자기들과 전세계가 직면한 숙제라는 것을 아는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에서 득을 취하면서도 중국 품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미국과 손잡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이 58개국이나 되고 파트너가 41개국이나 된다. 중소국가들이다.그들은 미국과 군사 동맹을 비롯한 이런 저런 동맹을 맺고 있다. 미국이 세계 유일의 무적 초강대국으로 남아 있는 이유들 중의 일부다. 중국은 ‘중국에 대한 견제’를 풀기 위해서는 군사력을 과대 평가하고 미국을 쇠퇴하는 국가로 간주해 그 군사력을 과소평가하는 오판을 하지 않는 동시에 아시아 각국을 돌아서게 하기 보다는 우군으로 품는 외교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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