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동안 한국 천주교계는 큰 경사를 맞았다. 바로 '윤지충 바오로 및 동료 순교자 123위'가 '복자'로 추대된다. 이번 경사는 1984년 김대건 신부 등 103위가 성인으로 추대된데 이어 두번째다. 복자 추대는 성인보다 낮은 단계이기는 하나 상징적 의미가 크다. 복자는 '복된 지위'로 추후 성인의 반열에 오를만큼 증빙자료들이 추가될 경우 성인으로 올라갈 수 있는 위치다. 이번 124위의 시복식은 1800년대 신유박해 시절 초기 순교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한국 천주교회 초기 순교자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식은 16일 10시 광화문광장에서 미사의 형태로 거행한다. 시복식이란 신앙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순교자들을 가톨릭교회 공경의 대상이자 성인의 전 단계인 '복자(福者)'로 공식 선포하는 일이다. 시복 미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한다. 시복미사의 순서와 절차는 일반 미사와 크게 다르지 않으나 미사 중간에 복자 청원예식 등이 포함된다. 시복미사를 교황의 양 옆에서 공동 집전할 성직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과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다. 순교자들을 복자로 선언하는 시복 예식은 미사 초반, 참회 예식과 자비송을 바친 후에 시작한다. 예식에서 교황에게 시복을 청원할 성직자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시복시성 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안명옥(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천주교 마산교구장) 주교와, 124위 순교자 시복 건의 로마 주재 청원인으로 일해 온 김종수(요한, 로마 한인 신학원장) 신부다. 124위 순교자 시복은 주교회의가 국내 지역을 통합해 추진해 왔다. 실무기구의 대표인 주교회의 시복시성위원회 위원장이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해 시복을 청원했다. 이에 안명옥 주교의 시복 청원, 김종수 신부의 124위 약전(略傳, 소개문) 낭독에 이어 교황이 시복을 선언한다. 선언문은 “공경하올 하느님의 종들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순교자들을 ‘복자’라 부르고, 5월 29일에 그분들의 축일을 거행하도록 허락한다”는 내용이다. 시복 선언에 이어 124위 복자화가 제막(除幕)되며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다. “새벽 빛을 여는 사람들”로 명명된 복자화는 가톨릭 미술 작가인 김형주(이멜다) 화백의 작품으로 가로 3m, 세로 2m의 유화로 그려졌다. 그림은 신약성경의 요한 묵시록에 기록된 하늘나라의 영광을 모티브 삼아 죽음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간 순교자들의 모습을 묘사했다. 이어 안명옥 주교는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해 교황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안명옥 주교와 김종수 신부는 교황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며 시복 예식을 마친다.신앙과 덕행을 인정받은 사람이 복자가 되면 그의 출신 지역교회에 한해 ▲공적 공경을 드릴 수 있고, ▲축일(memorial day)을 거행할 수 있으며, ▲미사 경본과 기도문에 복자의 도움을 청하는 구절을 삽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16일 시복 미사에서는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의 이름이 한국 천주교회의 미사 중에 최초로 삽입된다. 미사 중에 사용할 주요 언어는 라틴어, 한국어, 이탈리아어다. 교황은 라틴어로, 신자들은 한국어로 기도를 바친다. 교황의 메시지인 강론(설교)은 이탈리아어로 한다.행렬을 마치면 교황과 공동 집전자들은 제대 앞에 서서 성호경을 긋고, 죄를 반성하는 참회 예식과 자비송을 바친 뒤 순교자들을 복자품에 올리는 ‘시복 예식’을 거행한다. 시복 예식을 마치면 통상적인 미사 순서대로 대영광송을 노래하고, 교황이 미사의 주제를 드러내는 본기도를 바친다. 성경을 읽고 풀이하며 신앙을 고백하는 ‘말씀 전례’에서는 구약성경, 신약성경, 복음서를 읽는다. 구약성경은 “사람들이 보기에 의인들이 벌을 받는 것 같지만 그들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는 지혜서의 말씀을, 신약성경은 “어떤 것도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놓을 수 없다”는 로마 서간의 말씀을, 복음서는 “사람들이 하나가 되고 진리로 거룩하게 해주십시오”라는 예수님의 기도가 담긴 요한 복음서의 말씀을 읽는다.복음 낭독이 끝나면 교황의 메시지인 강론이 시작된다. 내용은 가톨릭 역사에서 124위 순교자의 삶과 죽음이 갖는 의미와 오늘날 신자들이 본받을 부분에 대한 것으로 예상된다. 강론을 마치면 가톨릭의 전통적 기도인 사도신경을 바치며 신앙고백을 하고, 보편지향기도(신자들의 기도)를 바친다. 기도 주제는 ▲세상의 평화 ▲교황과 주교들, 사제들과 수도자들 ▲박해받는 교회 ▲순교자들의 모범을 통한 복음화 ▲우리나라 등 5가지다. 신자들을 대표해 기도할 이들은 가톨릭 학교 학생, 사제직을 준비하는 신학생, 중국인 신부, 한국인 수녀, 성당 주일학교 교사다.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을 기념하고 예수님의 몸을 나누는 ‘성찬 전례’는 빵과 포도주를 바치는 예물 봉헌으로 시작된다. 교황청 전례원은 미사에서 예물 봉헌은 한 가족이 하는 것으로 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복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예물을 드릴 봉헌자로는 서울에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며 20년간 하루의 첫 매상을 지구촌의 가난한 이웃에게 기부해 온 바리스타 가족이 선발됐다.봉헌 예식이 끝나면 감사기도(하느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영광을 드리는 기도)를 바친다. 이 기도 중에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기 전날 저녁에 제자들과 나눈 최후의 만찬을 기념한다. 축성(祝聖)을 통해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화된 빵과 포도주에 경배하고 나면 염수정 추기경이 ‘신앙의 신비여’를 라틴어로 노래한다. 이어 교황은 신자들이 성체성사(예수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예식)를 통해 하나가 되기를 기도하고, 염 추기경은 신자들이 하느님의 은혜를 받을 수 있도록 성모 마리아를 비롯한 성인들의 도움을 청하며 미사 기도문 중에 처음으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복자들’의 이름을 부른다. 이어 파롤린 추기경이 낭독하는 기도문과 염 추기경의 마침 영광송으로 감사기도가 끝난다.예수님의 몸을 받아 모시는 영성체 예식은 주님의 기도, 평화의 인사, 하느님의 어린양, 영성체 순으로 진행된다. 영성체를 모두 마치면 교황은 신자들이 신앙 선조들과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기도하고, 마침 예식에 앞서 염수정 추기경이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해 교황 방한과 시복식 주례에 감사하는 인사를 드린다. 이어 교황이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복을 빌어주고 세상으로 파견하면서 시복 미사를 마친다.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