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방위 의원 설문조사해보니18명중 9명 "망사용 차별 안돼"5명은 "포털·SNS도 이용료 내야"트래픽 폭발·네트워크 진화따른 고민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기로에 섰다. 이동통신 보조금을 어떻게 조정할지,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할지, 인터넷 사용자의 '잊힐 권리'를 도입해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인터넷 망 중립성을 둘러싼 논쟁도 불씨가 여전하고, 국가안전재난망 구축 사업도 백가쟁명식 해법이 제기되고 있다. 모두가 ICT 산업의 경쟁력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다. 때마침 미래창조과학부는 새로운 수장을 맞았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도 새로 꾸려졌다. 본지는 미방위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각계 전문가들의 고언 등을 통해 ICT 현안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시리즈> ①단말기유통법 보조금 상한선②인터넷 사용자의 '잊힐 권리' 논쟁③통신요금 인가제 찬반논란④망 중립성을 둘러싼 갈등⑤국가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어떻게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스마트TV로 게임을 즐기다 인터넷이 갑자기 끊긴다면? 정보기술(IT) 강국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2012년 이 같은 상황이 실제로 일어났다. 기술 부족이 아니라 KT가 삼성전자의 스마트TV 접속을 차단한 것이다. 당시 KT는 "스마트TV 사업자가 무단으로 통신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인터넷 접속 차단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망 중립성은 네트워크 사업자(통신사)가 모든 콘텐츠 사업자(카카오톡, 네이버 등)에게 망을 '차별없이' 개방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콘텐츠공급자들이 통신사에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더 빠른 인터넷 회선을 제공하도록 허락하면서 찬반 논쟁이 불붙었다. 국내에서도 네트워크의 고도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의 등장으로 이동통신 트래픽이 폭발하며 망 중립성에 대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뒤엉켰다. 통신사의 "공짜점심은 없다"는 주장과 콘텐츠 사업자의 "망은 누구나 공평하게 쓸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10일 본지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망 중립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망 중립성을 지지하는 의견이 약간 앞섰다. 응답자 18명 중 절반인 9명은 "망은 누구나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망 중립성 원칙에 따라 차별적인 망 사용은 금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5명은 "통신사 망을 사용해 수익을 거두는 포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 사업자들은 그에 걸맞게 망 이용 대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기타 의견은 "소비자·망사업자·콘텐츠사업자·정부·국회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할 문제" 등이 있었다. ◆"통신 네트워크로 수익 내는 사업자, 통신망 이용 대가 지불해야"= 통신사업자는 네트워크 망을 까는데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한다. 이 네트워크 망에서 콘텐츠 사업자들은 수익을 낸다. 도로로 치면 통신사가 고속도로를 만들고 콘텐츠 사업자들은 차를 타고 달리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망 사업자들은 콘텐츠 운영자들에게 통신망 구축비의 일부를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논쟁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2012년 6월이다. 카카오톡이 데이터통화(m-VoIP)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통신3사가 수익성 감소·망 투자비를 들며 '보이스톡'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사용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이동통신업체들의 네트워크에 상당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데다 SMS 매출이 잠식당한다는 우려에서다. 당시 통신사 관계자는 "카카오톡 등 SNS의 과도한 트래픽은 이동전화의 망 품질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국 통신사는 폭증하는 트래픽에 맞춰 증설투자에 나서야 하기에 고스란히 부담을 떠앉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입장은 지금도 유효하다. KT는 최근 '기가인터넷' 시대를 선포하면서 망 중립성에 대한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KT는 기존의 초고속 인터넷보다 속도가 10배 빠른 기가인터넷에 3년간 4조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본부장은 "기가 네트워크 시대에서 데이터가 오간다면 지금의 인터넷 사용료를 받아서는 통신사들이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카카오톡이나 네이버와 같은)콘텐츠 사업자들이 네트워크 망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데이터 요금 지불한 정당한 소비"= TV제조사(삼성전자, LG전자 등)나 콘텐츠 사업자(카카오톡, 네이버)는 모두에게 평등한 인터넷이 돼야한다며 망 중립성을 강조한다. 사용자들이 이미 정당하게 데이터 요금을 내고 콘텐츠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정해진 데이터만큼 요금을 지불하는 것은 물론, 네트워크 망이 고도화 될수록 요금제 또한 지속적으로 고가화되고 있다는 논리다. 특히 과도기에 놓인 스마트TV 제조사들은 망 중립성을 놓고 통신사와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망 중립성 지속 여부에 따라 스마트TV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스마트 TV의 경우 실시간 방송 이외에 TV 자체에 들어간 애플리케이션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트래픽을 유발시킨다. 통신업계는 일반 TV와 스마트TV가 100만대를 기준으로 했을 때 트래픽 차이는 917배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조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스마트TV 망 이용 부담을 떠안게 되면 해외에서도 자칫 유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이 문제는 통신사와 콘텐츠업체간 해결해야할 일"이라고 항변했다. 3배 빠른 LTE 등 네트워크 망 고도화에 따른 통신사 부담 증가에 대해 카카오측은 "(우리의)입장은 변한 게 없다"며 망 중립성을 강조했다.망 중립성 입법운동 움직임도 감지된다. 경실련,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망 중립성 이용자포럼'은 요금제마다 다르게 적용된 m-VoIP 이용량을 언급하며 "트래픽 관리기준은 휴지조각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국회가 나서서 망 중립성 원칙을 법에 규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문가 "시장 경제 안 맞아" VS "중소기업에 찬물"= 통신사업자와 콘텐츠사업자 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송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쓰레기·음식물 봉투 가격이 버리는 양만큼 차등화되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중립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망 사용 대가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시장 경제에서 망 중립성은 깨져야 하지만 신규 창업가나 막 성장하기 시작한 중소기업들에는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 소장은 "서비스품질(QOS)이 보장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업자가 더 빠르고 안정적인 하이엔드 서비스에 대해 추가 요금을 받는 것은 비차별적으로 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망 중립성 위반이 아니다"며 "콘텐츠사업자들이 추가 요금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적어도 기존 네트워크 망을 사용할 수 있는 선택권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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