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맨 신드롬…인간 시진핑의 대장정

토굴 속 벼룩과 함께 자란 청소년기·미소 속에 숨은 소탈함…美 전통우방국 한국과 '최고 밀월' 파격

▲시진핑 주석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동북아시아 정세가 각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로 요동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갈등을 빚고 미국은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 위협론'까지 내세우며 동북아 동맹국들과 손잡고 있다.이 틈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은 과거사를 부정하면서도 미국의 지지 아래 집단자위권까지 확보했다. 북한과는 납치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 한·미·일 대북 압박공조가 깨지고 있다.3일 한국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총서기 취임식에서 '강한 중국'을 강조했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과연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그는 과연 어떤 지도자일까.중국 8대 혁명 원로의 아들로 태어나 최고 지도자 자리까지 오른 시진핑 주석의 속살이 하얗고 부드럽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의 속살은 굳은살 투성이에 거칠다.시 주석의 굳은살은 어린 시절 형성된 것이다. 1962년 반당(反黨)분자로 몰려 숙정된 아버지 시중쉰(習仲勛)이 1978년 정계로 복귀할 때까지 시 주석은 몰락한 집안의 한 아들에 불과했다.아버지가 반당분자로 몰려 공직에서 해임되면서 시 주석은 문화대혁명 시기인 1969년 산시성(陝西省) 옌촨현(延川縣) 량자허촌(梁家河村)에 하방(下放)됐다.하방이란 지식인이나 고위직 자제 등을 사상개조라는 이름 아래 농촌으로 내려 보내 고된 노동에 종사하게 만드는 것이다. 시 주석은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7년 동안 토굴에서 생활해야 했다.지난해 시 주석의 친동생 시위안핑(習遠平)은 시중쉰 탄생 100주년을 맞아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에 기고했다. 글을 보면 당시 시 주석의 토굴 생활이 얼마나 비참했는지 잘 알 수 있다.그는 밀 60㎏을 짊어지고 4㎞나 걸어 다녀야 했다. 토굴은 벼룩과 이 투성이였다. 그는 "벼룩과 이에 많이 물려 피부가 단단해져 괜찮다"며 살충제가 뿌려진 잠자리를 토굴로 찾아온 동생에게 양보했다.그러나 시 주석은 농민·노동자들과 호흡하며 인민의 생활을 경험하게 만들어준 토굴 생활이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토굴 생활 당시 실사구시(實事求是)와 민중이 무엇인지 알게 된 데다 자신감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시 주석은 적에게 반드시 보복하는 까칠함도 갖고 있다. 가오양(高揚) 전 중앙당교 교장은 공산당 핵심 간부에다 중국인들이 존경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2009년 그의 장례식은 중국 언론의 무관심 속에 치러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당시 국가 부주석으로 승승장구하던 시와 가오 전 교장의 악연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시 주석은 1982년 허베이성(河北省) 정딩현(正定縣)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시 주석의 아버지가 허베이성 책임자나 다름없는 가오에게 여러 차례 아들의 배려를 부탁했다.그러나 가오가 번번이 청탁을 거절해 시 부자와 사이는 좋지 않았다. 혹자는 시 주석의 이런 까칠함이야말로 독한 '직업 정치인'의 면모를 보여준다고 말한다.시 주석에게는 야무지고 단단한 면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청렴, 부패척결 운동에서 그는 한 치의 물러섬이 없다. 주요 인사가 기율 위반 혐의로 잇따라 낙마하면서 정치권 곳곳에 구멍이 뚫리고 적(敵)은 늘고 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부패 문제에서만큼은 "호랑이든 파리든 모두 때려잡아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키 180㎝에 몸무게 100㎏답게 시 주석에게는 넉넉함도 있다. 그는 항상 가난한 서민들을 찾아다닌다. 지난해 12월에는 베이징시(北京市)의 길거리 만두 가게에서 서민들과 함께 만두를 사 먹으며 대화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시 주석은 당내 원로들에게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쏟는다. 2007년 상하이시(上海市) 서기로 영전된 그는 3층짜리 고급 사저를 보자마자 원로들의 양로원으로 이용하라고 지시했다.시 주석의 넉넉함은 외교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지난 3월 유럽 순방 중 프랑스와 180억유로(약 26조7100억원) 규모의 경제협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순방 때마다 '통큰' 투자로 관심 받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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