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고노담화 수정 움직임 국제무대서 정면 비판했지만

日 '적반하장'...일본 정부는 20일, 구 일본군이 위안부 문제에 관여했다는 점과 강제성을 인정한 1993년의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 담화와 관련한 전문가 팀의 검증 결과를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보고가 끝난 뒤 전문가 팀의 좌장인 다다키 게이치(但木敬一) 전 검사총장(검찰총장)이 기자회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고노담화를 재검토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설명하며 담화 철회를 위한 움직임이 아닌지 경계하고 있는 한국의 냉정한 대응을 촉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일본 정부의 고노담화 검증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19일 우리 정부가 국제 무대에서 검증 수정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일본을 압박했다.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비판을 애써 외면면서 냉철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20일 외교부에 따르면, 최석영 주 제네바대표부 대사는 19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유엔의 인권 메커니즘과 각종 협약 등은 수십년 간 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강조해왔다""면서 "그러나 일본이 희생자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 대신 역사적 사실은 물론 책임까지 부인하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최 대사는 "지난 1993년 나온 고노 담화는 그나마 일본이 처음으로 일본군이 군 위안부 강제동원에 개입했고 이에 대해 사과를 한 성명"이라면서 "최근 일본이 이를 재검증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최 대사는 또 "일본은 진실을 회피하고 왜곡하지 말라는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결국 그 책임을 다음 세대에 전가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사는 아울러 "전쟁 중 여성에 대한 성폭력, 특히 성 노예의 형태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심각한 범죄행위이며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면서 "이런 범죄를 저지른 행위자는 책임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도 이를 거부한다면 성폭력이 없는 세상을 구현하려는 우리의 오랜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이에 대해 일본 측은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과 한일청구권협정 등으로 모든 법적 문제가 해결됐으며, 일본은 고노 담화를 수정할 의도가 없다"면서 "아시아 여성기금과 의료 지원을 통해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데 한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유감"이라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했다.한국은 재차 발언권을 얻어 일본의 입장 표명에 대해 반박했다. 오현주 주 제네바대표부 인권 이사회 담당 참사관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한일청구권협정 등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 바 없다"면서 "(피해 여성의 위로금 지급 재원인) 아시아여성기금도 일본 정부의 공식 배상이 아니라 민간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은 영국 런던에서 지난 12일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정한 반성, 책임 인정, 조치를 촉구했다.조 차관은 영국 정부의 주도로 12일 이틀 일정으로 런던에서 열린 '분쟁하 성폭력 방지를 위한 국제회의(Global Summit on Preventing Sexual Violence in Conflict)'에 참석, "인류가 염원하는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있을 범죄에 대한 예방 및 대응뿐만 아니라 과거 범죄에 대해서도 진정한 반성과 충분한 책임규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조 차관은 ‘분쟁하 성폭력 방지·대응’ 과 ‘국가와 국제사회의 책임 규명 조치 개선’을 주제로 한 토의에서 한 연설을 통해 "지난 세기에 있었던 가장 끔찍한 전시 성폭력 사례 중 하나가 2차 세계 대전 중에 벌어진 군대에 의한 강제 성노예제도"라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지금도 한국과 세계 여러 곳에 생존해 있으며,인간의 존엄성을 되찾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일본을 직접 비판했다.그는 "인도에 반하는 이러한 끔직한 범죄가 다시는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한다"면서 "과거 과오에 대한 정부 책임을 인정하고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이러한 비극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했다.일본 교도통신은 19일 밤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 담화와 관련한 전문가 팀의 검증 결과를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전하면서 일본 정부는 고노담화를 재검토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설명하며 담화 철회를 위한 움직임이 아닌지 경계하고 있는 한국의 냉정한 대응을 촉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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