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해가 기존 소주(360㎖)보다 용량을 15㎖ 늘린 370㎖ '아홉시반' 소주를 선보였다.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가격 인하는 없다'는 수십 년간의 주류업계 암묵적 룰(rule)이 깨졌다. '가격 인상은 있어도 가격 인하는 없고, 패키지에 대한 변경은 있어도 용량 변경은 없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 업체 간 경쟁심화로 옛말이 되버렸다. 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아사히주류가 '업소용' 아사히 수퍼 드라이 병맥주(330㎖)의 출고가를 종전 2405원에서 2170원으로 11.4%를 내렸다. 다만, 업소용에 대한 가격만 내렸을 뿐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는 가정용 가격은 그대로 유지한다. 수입맥주 1위인 롯데아사히주류의 이 같은 결정은 몇 년 새 수입 맥주의 인기가 크게 증가하면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시장 지배력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 '가격 인하'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실제 아사히 맥주는 지난해 1∼5월 국내 한 대형마트의 수입맥주 판매 순위에서 1위였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6위로 떨어졌다. 1년 만에 다섯 계단이나 내려간 셈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아사히맥주의 가격 인하는 유통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수순으로 풀이된다"며 "국내 맥주 시장에서 고가정책을 고집했던 점을 볼 때 잇따른 수입 맥주의 국내 진출, 롯데주류의 맥주 시장 진출과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신제품 출시 등이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맥주업계는 롯데아사히의 가격 인하 조치와 관련해 동반 가격 하락 등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롯데아사히 업소용 맥주 가격이 다른 경쟁사 제품 보다 두 자릿수 포인트 이상 비쌌기 때문이다. 이번 가격 인하에도 불구 경쟁사들이 제품 가격을 내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전남지역 대표 주류업체인 보해는 소주 가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용량을 소폭 늘린 소주를 출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기존 제품의 용량(360㎖) 대비 15㎖ 늘린 375㎖의 '아홉시반'을 선보인 것이다. 소주의 도수 파괴는 지속돼 왔지만 용량을 늘린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보해 관계자는 "소주가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 술인 만큼 경기불황 등에 따른 서민 경제를 고려해 도수 인하로 인해 줄어드는 원가를 소비자에게 돌려주기 위한 것"이라며 "수도권 등 전국적인 판매망 구축을 통해 대표적인 주류기업으로서 위상을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해를 바라보는 업계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특히 주류도매상과 음식점주들은 "소주 한 병이라도 더 팔아야 하는데, 용량을 늘리고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 어쩌라는 거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보해가 시장 강화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좋으나 용량을 늘려 판매를 하겠다는 것은 얄팍한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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