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18년 만의 미국 대통령 일본 국빈 방문을 각자의 계산대로 이용하려는 미국과 일본의 야심이 상충하고 있다.일본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통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우경화 정책과 경제 회생 정책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려는 사이 미국은 철저히 실익을 챙기려는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24일 마이니치신문(每日)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에 앞서 23일 새벽 일본에 도착했다. 프로먼 대표는 당초 예정을 당겨 일본에 도착해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담당 장관과의 회담을 요구했고 아마리 장관은 기자들의 눈을 피해 회담장인 미국 대사관 근처 호텔로 향했다. 회담은 약 4시30분이나 소요됐고 그 내용은 아베 총리에게 전달됐다.이어 밤 12시를 넘어 새벽 3시까지 추가 각료협의가 진행됐을 만큼 양측 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아베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을 도쿄 중심 번화가의 작은 스시집으로 초대해 어깨를 맞대고 스킨십을 쌓는 동안 다른 자리에서 경제적 이득을 끌어내기 위한 미국의 압박이 진행되고 있던 셈이다.프로먼 대표는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TPP 교섭이 중요한 기로에 접어들고 있다. 일본이 대국적인 관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일본이 TPP 협상과 관련해 정치적인 판단을 할 것을 요구했음을 시사했다.미국의 요구는 쇠고기, 쌀 등 핵심 쟁점 분야의 관세를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낮추라는 것이다. 반면 자국 농업 보호를 위해 일본은 관세 인하폭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입장이다. 앞서 양측이 현행 38.5%인 일본의 쇠고기 수입 관세율을 낮추는 대신 쌀 관세는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이에 대해 아마리 장관은 회담 후 "프로먼 대표의 발언은 일본 양보를 강력히 요구한 것이며 양국 장관급 실무자 수준의 협의를 정상회담 직전까지 계속해 협상 타개의 가능성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이 같은 분위기는 아베 총리가 23일 오전 중의원 농림 수산위원회에 참석해 "성역 없는 관세 철폐가 아닌 상황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5대 핵심 농산품 관세 유지에 대한 미국의 이해를 얻을 수 있다고 전망한 것과는 전혀 상반된 것이다.아베 총리는 "TPP 협상에서의 일본의 역할과 존재를 감안해 미국 측이 좀 더 전향적으로 봤으면 한다"고 미국의 양보를 요구했다.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방일에 앞서 요미우리(讀賣)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반발이 당연히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의 집단 자위권을 지지하며 중국과의 분쟁이 있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 적용 대상이라고 밝히는 등 아베 정권의 정책을 지지하고 나선 만큼 일본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요구로 국빈 방문을 한 오바마 대통령의 요구를 무조건 거부하기 힘든 상황이다.산케이신문은 TPP 협상 참가 12개국 경제규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과 일본과의 충돌은 협상 전체의 침체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다른 참가국들도 이번 정상회담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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