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서기자
▲세월호 실종자 가족 호소문.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또 하루가 지났다.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지 3일째, 온 국민이 그토록 기다리던 구조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생존자 수는 첫날 179명에서 그대로인데, 사망자 수만 늘어나고 있다. 야속한 시간만 계속 흘러가고 있는 사이, 이번 참사가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재(人災)였다는 사실에 국민들의 분노와 좌절감도 커지고 있다. 아예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며 답답한 마음에 직접 모금활동과 자원봉사에 나서는 시민들도 있다. 지난해 7월 태안 해병대 캠프 참사, 지난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 붕괴 사고 등이 일어난지 불과 몇 달 되지 않아 또 다른 참사가 일어나자 국민들은 "큰 사건을 겪고도 '인재'를 반복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한 네티즌(아이디 lal#####)은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대구지하철 참사 같은 대형 참사들을 그렇게 겪었으면서도 여전히 이에 대한 대비책도 없고, 무슨 일이 터져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며 "한국사회는 여전히 후진국"이라고 꼬집었다. 초등학생 딸을 둔 한 학부모는 "수학여행, 수련회 사고가 계속 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안전시스템을 갖출 생각은 안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늦장 대응에 분통을 터뜨리는 시민들도 많았다. 한 시가 급한 시점에서 세월호는 사고 이후 1시간정도가 지나고서야 신고가 접수된 데다, 정부가 초기 상황을 오판해 재난 대응시스템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리를 지키라'는 안내방송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렸다. "사건발생 직후 제대로만 대응했다면 더 많은 구조자가 나왔을 텐데, 안전행정부의 '안전'은 누구를 위한 안전인가", "왜 초기대응이 그렇게 허술했는지 안타깝고 화가 난다",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우리사회가 너무 관대한 분위기다. 안전에 대한 불감증, 실질적 책임보다는 말뿐인 대응이 화를 키웠다" 등의 비난도 이어졌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대부분인 승객들을 선실에 두고 가장 먼저 세월호를 탈출한 선장과 승무원들에 대해서는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사회가 세월호 선장처럼 나만 살면 된다는 식으로 굴러가면 나라 자체가 병든다"고 토로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2012년 이탈리아에서는 승객을 버리고 간 선장에게 승객 1인당 8년여를 매겨 총 2697년 형을 구형했는데, 우리나라는 고작 징역 5년형에 불과하다. 법이 약하더라도 국민들이 심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장이 제 할일만 했더라면 아이들을 더 구할 수 있었다", "승객들을 구조하는 선장의 모습은 영화 속의 일일 뿐인가"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