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서민 주거 안정에 올인한 3년

취임 3년차 맞은 김선규 대한주택보증 사장매출, 신용등급 등 눈부신 성장…개도국에 선분양제도 수출9월 본사 부산 이전…공적기능 강화해 분양보증 70조 달성 목표

김선규 대한주택보증 사장

[대담 = 소민호 건설부동산부 부장, 정리 = 이민찬 기자, 사진 = 최우창 기자]어느때보다 공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경직돼 있다. 공기업을 개혁해야 한다는 소리를 신물나게 들어온 국민으로서는 별다를 게 없어 보인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공기업들 내부에서는 초비상이다. 부채감축과 방만경영을 일소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느라 밤낮이 따로 없다. 정부가 전에 없이 고강도 개혁안을 주문하자 저마다 고육책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사상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공기업이라면 어떨까 궁금해진다. 그것도 2년 만에 실적이 70% 넘게 성장했다면 말이다. 주인공은 대한주택보증(대주보)이다. 매출 71% 상승, 신용등급 AAA 획득, 역대 최고 고객만족도(94.1점), 부채비율 7%포인트 감소 등이 대주보의 최근 3년간 성과다. 급성장하는 민간기업도 이루기 힘든 경영 실적을 공기업이 이뤄낸 것이다.눈에 보이는 수치도 경이롭지만 내적 변화도 주목된다. 최근 대주보는 과거보다 분위기가 밝아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 같은 변화는 대주보가 보이고 있는 경영 성과의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더욱 기대되는 건 앞으로다. 올해부터 대주보는 110조원에 달하는 주택도시기금(현 국민주택기금)의 전담운용 기관으로 선정됐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주보는 지난해 정부가 선정한 방만경영 중점 관리 공공기관에 포함됐다. 직원들의 복리후생비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5일 벚꽃이 만개한 여의도의 대주보 본사에서 만난 김선규 사장은 그래서 개혁 의지를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기업 내부에는 정년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피난처'라는 안이한 인식이 똬리를 틀고 있어서라고 한다. 실적이 늘어나고 몸집이 커지면서 생겨날 수 있는 방만함을 경계하는 뜻이기도 했다. 끊임없이 직원들과 소통하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정기적으로 CEO 특강을 하고 도시락 미팅을 하면서 저변의 심리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33년 넘게 치열하게 경험한 민간기업 노하우를 전수해주기도 한다."고객의 의견 속에는 회사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답이 있습니다." 김 사장의 경영방침은 단순했지만 명확했다. 민간기업에서 몸에 밴 고객 중심의 사고는 최근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대주보에겐 필수적인 요소다. 그러나 투박함은 없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겸손과 소통을 강조했다. 최근 달성한 대주보 성과의 공을 직원들과 국토교통부의 몫으로 돌렸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갈증을 느끼는 듯했다."2012년부터 현재까지 총 17건의 신규보증을 출시했습니다. 시장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출시한 상품들 가운데 주택구입자금이나 정비사업자금대출보증, 전세금안심대출 등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전적으로 출시한 상품 일부는 이용량이 적기도 합니다. 이들 상품의 홍보를 강화하고 고객의견을 반영해 상품개선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이를 통해 올해는 70조원의 보증을 공급해 서민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게 목표입니다."공기업 수장으로서 마지막 해인 취임 3년차를 맞은 김선규 사장은 공적기능 강화를 가장 보람 있는 일로 꼽았다. 실제로 대주보는 지난 정부에서 민영화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새 정부 들어 주택정책의 중심에서 서민 주거 안정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 사장이 취임 2개월 만에 신설한 신사업개발실에서 갖가지 아이디어가 나왔다."수익성 위주의 경쟁보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보증상품을 제시하고, 이익이 작더라도 공적기능을 할 수 있는 분야로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전·월세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상품(전세금반환보증, 매임임대자금보증, 임차료지급보증, 모기지보증 등)을 성공적으로 출시해 정부의 정책파트너 역할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분양보증 편중도가 90%에 달하던 수익구조를 다변화시켜 보증회사로서 가장 기본적이고도 필수적인 재무 안정성을 한층 높일 수 있었습니다."대주보는 우리나라가 압축 성장하는 과정에서 서민 주거 안정과 주택 보급 확대에 기여한 '선분양' 제도 수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오랜 기업인 경력에서 나온 김선규 사장의 아이디어로 2012년 8월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 경험과 주택보증제도 노하우를 주택금융이 열악한 개발도상국 시장에 전파하자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했습니다. 현재 베트남 주택법 개정과 말레이시아 보증기관 설립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보증제도 수출과 연계해 국내기업의 해외진출 지원 기반 마련과 정부의 창조경제 지원에도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올해 주어진 과제 가운데 하나인 주택도시기금 전담운용 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한 준비에도 여념이 없다. 정부가 기금의 역할을 주택부문뿐 아니라 도시재생 분야까지 확대하고 출자·투융자(메자닌)·공적보증 등으로 방식을 다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무엇보다 정책지원 역할을 믿고 맡겨주는 정부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전문성을 갖춘 금융보증 전문기관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데도 큰 의미가 있지요. 새로운 업무영역을 확보했다는 점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임대주택의 원활한 공급과 도시재생을 위한 정부의 정책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공적보증 운영경험과 사업관리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만반의 준비를 다할 것입니다."대주보는 서민의 주거안정을 지원하는 기관으로서 사회공헌 활동도 매월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사회공헌 관련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다문화가정과 새터민에 대한 지원을 시작해 주목받고 있다.김 사장은 "오는 9월 부산으로 본사 이전을 앞두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새로운 공적 역할을 모색해 신규 주거소외 계층 발굴과 지원계획을 수립해 실천해나갈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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