首長의 '궂은일 경영'…팔 걷고 발 빨라지고

집중이슈-대형사고 낸 기업들…리스크 관리가 진화하고 있다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대표·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 사고 후 직접 현장 수습형식적으로 대응했던 과거와 달리 이미지 실추·경영 타격 받는다는 것 인식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황준호 기자, 김승미 기자] 지난 4일 오후 3시 40분경 울산 울주군 에쓰오일 온산공장에 사이렌이 울렸다. 72만 배럴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는 탱크에서 믹서기 축이 이탈, 원유 누출사고가 발생한 것이다.사고 직후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대표에게 사고 경위와 긴급조치 사항 등이 보고됐다. 사고의 심각성을 인식한 마하셔 대표는 곧바로 울산으로 향했다. 마하셔 대표는 이날 오후 9시 사고 현장에 도착, 인명 피해가 없다는 보고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안도도 잠시뿐. 그는 곧바로 사태 수습 및 대책 마련을 위해 현장에서 회의를 소집했다.그는 이어 6일 사고 현장에서 직접 사고 브리핑을 했다. 마하셔 대표는 "뜻밖의 사고로 국민들과 지역 주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서두를 열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2차 사고 없이 신속하게 수습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사고 수습 진행상황을 설명했다.마하셔 대표는 4∼6일 2박 3일 동안 사고 현장에서 수습 작업을 진두지휘했고 원유 이송 작업이 무리 없이 진행되는 것을 확인한 후에서야 서울로 발걸음을 옮겼다.국내 기업들의 위기 대응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사고 발생 후 형식적인 보상과 안전 관리책 마련 등 원론적인 태도를 보였던 과거 모습과는 달리 기업 수장들이 직접 나서서 총체적인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기업=사고 기업'이라는 오명을 남기게 돼 기업 이미지 실추는 물론 경영에도 큰 타격을 받는다는 점을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무엇보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 정보기술(IT)의 발달에 따라 과거처럼 사고를 은폐하거나 사고에 따른 피해를 축소할 수 없어진 점도 한몫을 하고 있다.최근 발생한 사고 중 가장 발 빠르게 대응, 사고에 따른 기업이미지 악화를 최소화 사례로 코오롱이 꼽힌다.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지난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보고를 받자마자 곧바로 서울 자택에서 경주로 향했다. 그가 사고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6시. 이 회장은 사고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엎드려 사죄드린다"며 "나와 코오롱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회장은 사고현장에 4일을 더 머물며 직접 사고현장을 지켰다.당시 이 회장의 솔직한 그리고 진정성 담긴 모습은 재계에 회자되고 있다. 대기업 오너가 직접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고 수습을 위해 현장을 진두지휘했던 것은 국내에서는 드문 일로 평가받았다.특히 이 회장은 인명 피해를 입은 유족들 보상을 위해 본인의 사재를 내놓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코오롱이 인명 피해에도 불구하고 유족들과 빠르고 원만한 합의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를 이 같은 이 회장의 노력 덕분으로 보고 있다.최근 대기업 오너나 CEO들이 직접 사고 현장에서 수습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그만큼 안전사고가 기업에게 주는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지난해 발생한 삼성의 불산 유출사고 등도 대응층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사례다. 지난해 1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불산 유출사고로 작업자 1명이 사망했다. 이어 4월 삼성정밀화학, 5월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염소와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7월에는 삼성엔지니어링 울산 공사 현장에서 물탱크가 폭발해 3명이 사망하는 등 총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삼성은 환경과 안전을 대폭 강화했다. 사고 이후 공채 150명, 경력 150명 등 총 300명의 환경, 안전인력을 채용한데 이어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인력을 충원할 예정이다.삼성전자는 협력사의 환경ㆍ안전 의식 수준을 높이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성과급도 지급했다. 유해화학물질을 직접 다루는 협력사 직원들의 업무 능력과 책임감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기흥, 화성 사업장에 있는 반도체 부문 협력사 직원 4000여명에게 1인당 최대 5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환경ㆍ안전 수준이 미달인 협력사의 경우 퇴출까지 고려한다는 방침이다.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까지 나서 안전 강화를 주문하는 등 삼성은 올해 3조원을 투입, 환경과 안전에 대대적인 투자를 할 계획이다.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기 불시착 사고 역시 모범적인 대응사례다.우선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의 침착한 대응으로 대참사를 막았다. 307명의 승객 중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침착한 승무원들의 위기 대응이 더 이상의 피해를 막고 소중한 생명을 지켜냈다는 평가다.경영진의 움직임도 적극적이었다. 당시 윤영두 대표는 국내에 비상대책 본부를 마련한 직후 중국으로 향했다. 윤 대표는 중국 탑승자 가족을 미국으로 보낸 후 미국 사고현장으로 향했다. 윤 대표는 한국과 중국 영사관,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및 적십자, 유나이티드항공, 부상자 입원 병원 등을 찾아다니며 사고 수습을 위해 노력했다.이와 달리 사고 발생 기업 중 사고 대응이나 대책마련이 미흡했던 기업도 적지 않다.현대제철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모두 9명의 작업자가 사망하는 인사사고가 발생했다. 문제는 올해 또 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 지난 1월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작업자 1명이 또다시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고용부가 당진공장을 '안전관리 위기사업장'으로 지정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더욱이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은 지난해 6월과 12월 두 차례나 대국민 사과 등 안전사고 예방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했다.현대제철은 '사고제철'이라는 오명을 쓰자, 대국민 사과를 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안전경영총괄대책위원회를 신설하고 1200억원의 투자와 담당 인력 50% 이상 충원을 밝힌 바 있다.업계에선 현대제철이 두 번씩이나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최고경영자(CEO) 책임론까지 불거졌다. 현대제철이 위기대응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롯데그룹 또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롯데그룹은 세무조사, 제2롯데월드 조기개장 문제, 롯데카드 정보유출 사태, 롯데홈쇼핑 납품 업체 비리 사건 등 줄줄이 사건사고가 터지고 있지만 적절한 위기대응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산업부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산업부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