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체조 월드컵 4관왕…'근육女' 손연재 승승장구

손연재[사진=정재훈 기자]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한 줌에 들어올 듯 가녀린 허리,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하는 소녀. 지난 시즌까지 손연재의 이미지는 요정이었다. 그러나 소녀는 숙녀를 넘어 매트 위의 전사(戰士)가 됐다. 예쁜 살은 빠지고 근육이 불어 힘찬 연기를 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가 리듬체조 월드컵 사상 첫 개인종합 금메달, 그리고 4관왕이다.손연재는 6일(한국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2014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 개인종합에서 총점 71.200점으로 종합우승했다. 한국 리듬체조가 FIG 공인 시니어 국제대회에서 거둔 첫 종합우승이다. 7일 열린 대회 종목별 결선에서도 볼(17.500점), 곤봉(17.450점), 리본(17.150점) 1위에 올라, 모두 네 개의 우승 메달을 따냈다.중계화면에 비친 손연재의 모습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보기에는 몸 전체에 살이 올랐다. 이 때문에 그에게 "살이 쪘다"는 우려와 "자기 관리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달았다. 그러나 손연재의 체중(47~48㎏)에는 변화가 없다. 런던올림픽이 끝난 뒤 손연재는 연기 콘셉트를 바꾸었고, 역동적인 동작을 표현하기 위해 근육량을 늘렸다.손연재는 오전 6시에 일어나 하루 열 시간이 넘는 강훈련을 했다. 탄수화물을 거의 섭취하지 않고 과일과 우유로 식단을 짰다. 이 과정에서 근육이 불었고, 기술도 향상됐다. 아름답고 귀엽지만 경기의 속도가 떨어지고, 정적인 연기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리스본 대회를 통해 달라진 모습을 드러냈다. 빠른 움직임과 경쾌한 발놀림으로 관중을 사로잡았다.손연재는 이번 시즌 프로그램을 정하면서 서너 살 어린 경쟁자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귀여운 이미지를 버리고 성숙미를 강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배경음악에 특히 공을 들였다. 음악과 조화를 이룬 손연재의 연기는 FIG의 요구에 들어맞았다. FIG는 지난 시즌부터 표현력과 음악과의 조화를 비중 있게 심사했다. 예술성을 버리고 기술에만 몰입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손연재는 지난달 2일 시즌 첫 국제대회인 모스크바 그랑프리 개인종합에서 69.066점으로 6위에 올랐다. 22일 열린 슈투트가르트 월드컵에서는 곤봉에서 실수가 나와 68.915점으로 7위를 기록했다. 리스본에서는 네 종목 모두 18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합계 71.200점은 지난해 8월 17일 시즌 마지막 월드컵인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회에서 세운 71.083점을 넘어선 개인 최고 점수다. 슈투트가르트 월드컵에서 71.895점으로 동메달을 딴 마리아 티토바(17ㆍ러시아)에 0.695점 모자란다. 일부 네티즌들이 "잘하는 선수들이 빠진 대회에서 거둔 성적"이라며 악플을 달고는 있지만 손연재의 성적은 어느 대회에서든 입상할 수 있는 경쟁력을 보여준다. 이번 대회는 FIG '카테고리 B' 월드컵으로, 지난주 이스라엘 홀론에서 열린 FIG 홀론 그랑프리에 출전한 야나 쿠드랍체바(17), 마르가리타 마문(19) 등 러시아의 강호들은 참가하지 않았다.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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