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 '서울'에 빠진 날…시티오브런던, 한국공연 대거 열려

극단 여행자의 '햄릿'

6~7월 26일간 열리는 英축제 테마도시로권은정 예술감독 총기획, 라인업 완료연극·퓨전음악·북춤·무용 등 4팀 참가정명훈, 런던심포니와 베토벤 '합창' 연주[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십수 년 전만 해도 '한국의 공연이란 게 있느냐'는 반응이었다. 지금은 주빈국으로 초청을 해준다. 감회가 새롭다. 하지만 지금이 시작이다. 우리의 연극, 무용, 퓨전음악, 무술을 총망라해 런던에 한국 공연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오겠다." 오는 6월22일부터 7월17일까지 26일간 세계적인 금융ㆍ관광도시인 런던의 도심 곳곳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공연이 잇달아 열린다. 영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축제 '52회 시티 오브 런던'에서 '서울'이 테마도시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 길드홀, 맨션하우스 등 관광명소가 되고 있는 건축물들의 내부와 야외 공간 50곳에서 4주간 한국 공연이 대거 펼쳐진다. 여름휴가를 맞아 런던을 찾을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 문화가 집중적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권은정 예술감독

지난해 7월 런던의 축제위원회는 기존 클래식 일변도에서 '도시'를 테마로 변경, '서울'을 축제의 큰 줄기로 정했다. 동시에 폴 거진 축제위원장과 10여 년간 교류해온 권은정 예술감독(공연기획ㆍ제작 회사 에이투비즈 대표ㆍ41)은 한국 공연팀 구성에 돌입했다. 권 감독이 이번 테마 축제의 총 기획을 맡게 된 것은 1999년 '난타'부터 '점프', '카르마' 등 한국의 유수한 공연을 북미와 유럽 및 중동, 남미으로까지 진출하게 한 일등공신이어서다. 권 감독은 16년째 해외프로모션을 통해 전 세계에 공연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고, 폴 거진으로부터 '공연계의 미다스 손'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여기서 끝날 게 아니라 이번 모델을 가지고 한국 공연이 전 세계에 주목받게 하겠다." 이같은 권 감독의 당찬 포부에 공연계도 들썩이는 분위기다. 권 감독은 이번 축제에서 선보일 한국공연의 라인업을 이미 마쳤다. 'K-Theater(케이-씨어터)'라는 이름으로 극단 여행자의 '햄릿', 이경옥 무용단의 '안데르센의 시선들', 앙상블시나위의 '퓨전음악', '타고'의 전통무예와 북춤이 결합된 퍼포먼스 등이 런던 한복판에서 한국의 문화를 전파할 예정이다. 권 감독은 "올해는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으로, 굿을 가미해 한국적 미쟝센이 돋보이는 연극 '햄릿'과 화가 마리킴의 미디어아트와 어우러진 융복합적 현대무용, 피아노와 국악기가 조화를 이루는 퓨전음악이 무대에 오르게 된다"며 "특히 유럽인들은 동양무술에 열광하는데 한국의 택견, 선무도 그리고 고서에 나오는 조선무예까지 무술과 함께 북을 두드리며 창을 하는 퍼포먼스가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인트 폴 대성당

전통적으로 이 축제의 테마를 장식해 온 '클래식' 공연은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연주가 예정돼 있다. 소프라노 캐슬린 킴과 메조 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강요셉, 베이스 박종민 등 한국의 간판급 성악가들도 대거 참여해 세계 3대 성당인 세인트 폴 성당에서 런던의 밤을 한국의 클래식 선율로 물들인다.  특히 '합창'에는 "백만인이여, 서로 포옹하라! 전 세계의 입맞춤을 받으라"는 가사가 유명한데, 권 감독은 "올해는 1차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이기도 하고, 한국 클래식을 선보일 성당 지하에는 6ㆍ25전쟁 참전용사 추모비도 있어 인류의 화합과 공영을 기원하는 이 가사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감독의 '한국 공연' 전도사로서의 열정은 이번 런던 무대에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우리는 오래도록 160개 공연장이 밀집한 '대학로'를 옆에 끼고 살 정도로 '문화강국'이었음에도 이를 마케팅하고 해외에 알리고 산업화시키는 일에 낯설고 문화종사자는 늘 배고픈 직업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크다. 이제 문화가 기업도, 나라도 살리는 날이 곧 올 거다. 문화로 세계가 경쟁하는 시대인 것이다. 그러나 해외로 장돌뱅이처럼 돌아다니는 일도 중요하지만 국내에서 공연시장이 안정화되는 것이 그 못잖게 중요하다. 앞으로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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