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우주의 비밀…'빛의 탄생'을 발견
세계는 외계연구 열풍, 한국은 무관심[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지난 10일 경상남도 진주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정체불명의 돌덩이가 발견됐다. 없던 돌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다. 이 돌덩이가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이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9일 수원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차량 블랙박스를 통해 유성이 떨어지는 깨끗한 영상이 여러 번 포착됐다. 이후 이 돌덩이는 극지연구소로 옮겨졌고 16일에 최종적으로 석질운석이라는 판명을 받았다. 유성(별똥별)에서 떨어져 나온 운석으로 드러난 것이다. 운석이 발견되자 전국의 사람들이 진주로 속속 모여들었다. 운석의 값어치가 천문학적 액수가 될 것이란 말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운석 사냥꾼'으로 나섰다. 운석 하나 떨어진 대항민국은 난리법석이 났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뒤늦게 '운석 대책반'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운석이 처음 발견됐을 때 운석이 맞느냐 논란에서부터 '로또 운석'이라는 말초신경적인 내용 등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게 우리나라 우주과학의 현주소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함과 착잡한 심정이 든다. 운석 하나에 화들짝 논란 우리나라와 달리 지금 세계는 우주 탄생의 비밀을 벗어 제끼는 곳에 이르고 있다. 최근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Harvard-Smithsonian Centre for Astrophysics)의 존 코벡 교수가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우주배경복사는 우주 대폭발(빅뱅, BigBang) 이후 현재까지 남아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흔적을 말한다.
▲우주의 비밀이 하나씩 베일을 벗고 있다. 원숭이 머리 성운.[사진제공=NASA]
우주탄생은 빅뱅이후 급속하게 팽창(인플레이션 이론)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초기 우주는 빅뱅이후 밀도와 온도가 너무 높아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대혼란기였다. 이후 밀도와 온도가 적정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마침내 빛이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 빠져 나온 빛을 우주배경복사(빅뱅으로부터 38만년 이후)라고 부른다. 따라서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했다는 것은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빅뱅과 인플레이션 이론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관측적 증거이다. 존 코벡 교수가 이번에 발견한 우주배경복사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 입자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앨런 구스(Alan Guth)에서부터 시작됐다. 1979년 앨런 구스는 우주가 태어난 직후 아주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 급격한 팽창을 겪었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인플레이션 이론이었다. 우주가 순식간에 너무나 커져버렸기 때문에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는 전체 우주의 지극히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구스의 인플레이션 이론은 우주는 편평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인플레이션 이론은 우주는 엄청난 크기로 팽창됐기 때문에 우리가 보는 우주는 편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영역에서 한정해 본다면 거의 편평하다. 우주도 마찬가지다. 설사 우주 전체가 휘어져 있다고 해도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공간은 전체 우주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편평한 공간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이다.구스의 이론은 러시아출신의 스탠포드대학 안드레이 린데(Andrei Linde) 교수에 의해 정교해진다. 린데의 '혼돈 인플레이션(chaotic inflation)'이라고 불리는 이론은 공간의 전체 모양과 은하들의 형성을 설명해 주고 있다. 이론에만 머물렀던 빅뱅과 인플레이션 이론의 관측적 증거를 이번에 찾아낸 것이다. 우주 탄생의 비밀을 푼 학자들은 빅뱅이론에서 시작해 '인플레이션 이론'을 처음 제안한 앨런 구스, 그 이론을 정교하게 다듬은 안드레이 린데, 그리고 이번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한 존 코벡 교수로 이어진다. 이 발견으로 이들 세 명은 올해 노벨상을 수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으로부터 138억 년 전, 우주대폭발인 빅뱅이 일어난다. 빅뱅 이후 찰나의 시간(10의 33제곱분의 1초)에 우주는 팽창하기 시작한다. 이때 우주의 밀도와 온도는 지나치게 높아 어느 하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대혼돈 상태였다. 이후 밀도와 온도가 조금씩 낮아지면서 빛이 빠져나오기 시작했고 이후 수소와 헬륨가스가 생성됐다. 이어 빅뱅으로부터 3억~4억년 뒤 수소와 헬륨으로 별과 행성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번에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하는 데는 남극에 설치된 바이셉2(BICEP2, Background Imaging of Cosmic Extragalactic Polarization 2) 망원경이 큰 역할을 했다. 이강환 국립과천과학관 박사는 "우주배경복사에 대한 후속 관측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이번에 발견한 우주배경복사는 중력파에 의한 간접적인 것인데 앞으로 중력파를 직접 발견하는데 까지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박사는 "올해 노벨상에 앨런 구스, 안드레이 린데, 존 코벡 교수 등 세 명이 수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우주 탄생 비밀을 풀기 시작한' 삼총사가 조금씩 해법을 찾아냈고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와 관련된 연구에 속도가 붙을 것이다. 전체 우주에 견주면 보이지 않을 정도, 먼지도 되지 않는 지구에서 우리는 우주의 탄생과 비밀, 외계 생명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박사는 "우리나라 우주과학의 현 주소는 그러나 이 분야에 앞선 나라와 비교하면 정말 초라한 수준"이라며 "과학을 하나의 문화로 인식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실용과학 중심의 정책과 넉넉치 않은 예산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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