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어떻게 살려놓은 부동산시장인데…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됐습니다. 밤낮없이 고민한 결과물이 보이나 싶어 뿌듯했건만, 어떻게 살려놓은 시장인데…."정부부처 한 고위 관계자의 푸념에서 알 수 있듯 지난 1년간 부동산정책을 총괄하는 관련부처 공무원들은 밤낮이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부동산 회생 의지가 크면 클수록 공무원들의 압박감은 더욱 커졌다. '땅 밑 지하까지' 떨어진 집 값을 살리기 위해 여러 번의 대책과 후속조치들을 내놨다. 해묵은 규제도 10여년 만에 없애거나 완화했다. 시장은 반응했다. "뚝 끊겼던 매매 문의가 많아진 것이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는 강남지역 한 중개업소 대표의 말처럼 주택관련 수치가 움직였다. 매매가 늘었고 집값도 오르기 시작했다. 전문가들도 일제히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하우스푸어들의 설움이 드디어 풀리는 것이냐는 기대감이 커질 찰나, 시장은 다시 '겨울왕국'으로 다시 급랭되는 분위기다. 부동산 시장을 옭아맸던 대못들을 빼내던 정부가 주택임대차 선진화방안이라는 조세정책을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급반전 된 것이다.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은 당초 월세 가구에 대한 세금감면을 통해 서민 생계를 안정시키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하지만 이 대책은 발표되자마자 여론의 신랄한 비판을 받았다. 월세 가구의 세 부담이 주는 대신 집주인의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 월세 임대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는 은퇴자 등 생계형 임대사업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고 형평성 논란을 불렀다.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현오석 부총리는 며칠 뒤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긴급 수정안을 발표했다. 2주택 보유자인 집주인에 대한 월세 소득 과세를 2년 미뤄 2016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또 월세 이외 다른 수입이 있을 경우 그 수입이 연간 2000만원 이하면 4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도 주기로 했다. 정부가 집을 두 채 가지고 세를 놓아 한 해 2000만원 이하의 소득을 올리는 집주인들에게 세금을 걷겠다던 방침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땜질한 셈이다. 오락가락 정책을 놓고 책상머리에서 만든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빗발쳤다. 가장 민감한 '세금'부분을 땜질한 설익은 정책을 내놨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기재부와 국토교통부, 국세청 등 관련 부처간 손발을 제대로 맞춰보지도 않고 내놨다는 얘기도 나왔다.여러 후유증을 낳고 있는 이번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맞는 정책'이라고 말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이 조세국가의 원칙이듯 과세가 이뤄지지 않았던 임대소득을 앞으로 내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타이밍과 일관성이다. 그간의 정책이 꾸준히 규제완화책의 연속이었다면 이번 임대차 방안을 발표할 때는 시기적으로 한번 더 검토했어야 했다. 또 일주일만에 정책을 뒤집어서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린 것도 정부가 얼마나 신중하지 못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정책은 정교해야 한다. 열 번 잘하다가도 한 번 잘못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열 번 잘못한 것 이상의 결과물이 나온다. 더욱이 시장의 반발로 며칠 만에 정책을 뒤집는 보완대책을 내놓는 사태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 시장과의 교감없이, 책상머리 정책이 양산된다면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통한 내수기반 확충도 결국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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